[홍콩반환 D-5/「등소평호」]북경-홍콩잇는「통일鐵龍」

  • 입력 1997년 6월 25일 20시 18분


프랭크 시내트라의 「마이웨이」와 귀에 익은 서양 클래식음악이 은은히 흘러나왔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과거에는 생각지도 못한 음악이다. 말끔한 제복차림의 승무원 아가씨가 중국어와 영어로 불편한 것이 없는지를 묻는다. 침대 주변에는 금빛 레이스가 늘어뜨려져 있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승객은 북경발 홍콩 구룡행 특급열차 「鄧小平(등소평)호」의 내부 풍경이다. 중국이 홍콩반환을 기념, 지난달 18일부터 개통한 등소평호는 「여름에는 덥고 냄새나고 겨울에는 추운」 중국 국내선 열차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홍콩까지 요금도 6인용 보통실은 우리돈 7만7천원, 4인실 특실은 12만7천원.등소평호와 비슷한 시간이 걸리는 북경∼흑룡강성 구간의 요금 1만6천원에 비해 4배 이상 비싸다. 지난 22일 오전 7시반 등소평호는 북경 서참(西站·서부역)역 플랫폼을 서서히 미끄러져 남행길에 올랐다. 중원에서 남으로 남으로 뻗은 철길을 경쾌하게 달린다. 북경과 홍콩을 연결하는 직행 철도망이 뚫리기는 5천년 중국 역사상 처음이다. 중국은 생전에 홍콩반환을 보지 못하고 지난 2월 사망한 등소평을 기려 이 열차를 등소평호라고 명명했다. 홍콩 구룡까지는 2천3백79㎞로 6천리 길. 하북 하남 호북 호남 광동성 등 5개성을 시속 80㎞로 30시간 달리는 여정이다. 구룡반도에 사는 친구의 초청으로 등소평호를 탔다는 馬益台(마익태·37)는 『여권을 받으려면 많은 돈이 필요하다.출입국 통제가 오히려 더 엄격해져 옛날보다 홍콩가기가 더 어려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홍콩인들은 대부분 최장 10년간 유효한 통행증을 받아 자유롭게 중국을 드나들 수 있어 등소평호 개통이 중국 왕래를 편하게 해줬다는 반응이다. 홍콩에서 컴퓨터 부품생산업체에 근무하는 林康(임강·30)은 『중국내 다른 기차를 이용하는 것보다 북경에서 구룡까지 걸리는 시간이 6시간 이상 단축돼 편리해졌다』고 말했다. 기차가 출발한후 『홍콩반환을 기념해 개통된 등소평호에 탑승한 것을 환영합니다』는 중국어와 영어 안내방송이 나왔다. 잠시후 승무원들은 홍콩반환을 기념하는 배지와 안내책자를 나누어 주었다. 출발후 3시간. 중국 공산당이 국민당과 지난 48년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3대 전적지인 석가장(石家莊)을 거쳐 등소평호는 중국 대륙을 남북으로 가르는 황하(黃河)를 지나고 있었다. 강폭은 1백여m가 넘지만 물이 흐르고 있는 곳은 개천정도여서 최근 말라가고 있는 황하의 실상을 보여줬다. 광동성에 접어들자 객실엔 긴장감이 감돌았다. 15개 객차중 광주역까지만 가는 객차 6량이 분리됐다. 이어 상평(常平)역에서는 외국으로 나가는 출입국절차가 진행됐다. 승객들은 모두 짐을 들고 내려 수속을 마치고 다시 열차에 올랐다. 열차 승무원들도 승객들과 같이 출입국 절차를 밟았다. 동구가 개방되면서 그곳에 들어가던 서구의 객차안에 자유와 웃음이 넘쳐 흐르던 모습과는 달랐다. 오히려 체제의 경직성을 실어다 주는 느낌이었다. 23일 오후1시반. 올드 랭사인 음악이 흐르면서 등소평호는 「동양의 진주」 홍콩의 구룡역에 도착했다. 〈등소평호〓구자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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