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방학책 폐지가 부교재 말썽을 없앨수있나

  • 입력 1997년 6월 25일 20시 18분


50, 60년대 컬러로 된 책이 흔하지 않던 시절, 책 전체에 알록달록 천연색 삽화가 들어간 방학책은 초등학생들에게 큰 인기였다. 어린 학생들은 종업식 날 담임선생님이 손수 나눠주시는 방학책이 그렇게 기다려질 수 없었다. 인쇄잉크냄새가 채 가시지 않은 방학책을 소중히 안고 집에 돌아가 하루종일 뒤적이다가 혹시 없어질세라 머리맡에 놓고 잠들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방학책은 학생들에게 방학을 맞는 기쁨을 배가시킨 소중한 존재였다. ▼요즘 어린이들에게 방학책에 얽힌 추억을 들려주면 『또 옛날 얘기냐』며 시큰둥해 할 정도로 방학책의 비중은 과거와 다르다. 화려하게 인쇄된 책에다 각종 새로운 매체까지 보급된 마당에 방학책은 그저 학교에서 내주는 과제물의 하나일 따름이다. 서울시교육청이 그동안 「방학생활」이란 이름으로 펴내온 방학책을 내년부터 없앤다고 한다. 중년이상의 세대들에게는 세월의 흐름을 실감케 하는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서울시교육청이 내세우는 방학책 폐지 이유는 가능한 한 부교재를 없애나가는 일환이라는 것이다. 현재의 교육여건에서 방학책이 더 이상 필요없게 됐다면 몰라도 부교재를 줄이기 위해 방학책을 없앤다는 설명은 왠지 거부감을 준다. 최근 부교재 채택을 둘러싸고 학교안팎에서 잡음이 있기는 하지만 문제가 된다고 해서 무조건 말썽의 뿌리를 잘라 버리는 식으로 대처하는 것은 곤란하다. ▼그러잖아도 요즘 초등학교에서는 각종 시험을 없애나가는 단계다. 시험이 학업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이유에서다. 고등학교의 경우 모의고사가 불필요한 경쟁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횟수를 줄이거나 폐지한다고 한다. 부교재나 시험은 부작용도 있지만 학업성취도를 높이는 등 긍정적인 기능도 있다. 어느 쪽이 더 중요한지를 가려 소신껏 밀고 나가는 교육행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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