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6월항쟁 10돌

  • 입력 1997년 6월 11일 07시 54분


6.10항쟁 1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전국 각지에서 열렸다.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외쳤던 10년 전 그날의 함성, 거기에 담겼던 민주화 염원을 오늘에 비춰보고 다시 또 10년 후를 위해 오늘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깊이 성찰케 하는 시점이다. 10년 전 6월10일에 폭발한 민주항쟁의 도화선은 그해 1월에 자행된 朴鍾哲(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과 그 사건의 은폐 축소를 기도한 군사독재정권의 4.13 호헌조치였다. 그 군사정권의 부도덕성과 반민주성에 항거해 폭발한 6월항쟁은 계층 지역 정파 종교를 초월한 전국민적 민중봉기로 이어져 마침내 군사정권으로부터 6.29 항복선언을 이끌어냈다. 한마디로 이 땅에서 독재를 추방하고 민주주의의 새 시대를 연 민중의 승리였다. 그로부터 10년, 우리는 6월항쟁이 그렇게도 외쳤던 문민정부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그때 6월항쟁이 꿈꿨던 국민대통합의 희망찬 민주사회와는 거리가 멀다. 민주주의의 형식과 절차는 갖췄으나 그 제도의 운영은 권위주의를 청산하지 못했다. 문민정부의 변화와 개혁은 정경유착과 부정부패로 퇴색하고 사회는 각종 이익집단과 지역이기주의 등의 갈등으로 심각한 마찰을 빚으며 표류하고 있다. 6월항쟁 당시의 군부독재정권은 국민의 직선제 개헌 요구를 거역하고 강공을 시도하다 부러졌다. 오늘의 문민정부는 작년말 노동관계법 날치기처리 이후 이를 힘으로 밀어붙이려다 국민적 저항을 불렀다. 가령 대통령이 금년 연두기자회견 때 국민의 뜻을 제대로 읽고 조금만 진솔한 자세를 보였어도 오늘의 부러지는 위기는 자초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결국 강공이 정권을 위기로 내몬 것이다. 6월항쟁의 또 하나의 배반은 당시 항쟁을 앞에서 이끌었던 학생운동권에서 발견된다. 10년 전 경찰은 박종철군 고문치사를 은폐 축소하려다 6월항쟁에 기름을 부었다. 그로부터 10년 뒤 이번에는 거꾸로 한총련이 무고한 시민을 경찰프락치로 몰아 고문 끝에 죽이고 사건을 은폐 축소하려는 부도덕성을 내보였다. 군사독재의 잔영(殘影)이 시대변화를 외면한 학생운동권에서 꼬리를 끌고 있는 이 역설이야말로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갈등과 마찰, 불신과 반목을 마감해야 한다. 6월항쟁 때의 그 뜨거웠던 국민적 일체감으로 21세기의 희망찬 시대를 다 함께 열어나가야 한다. 엊그제 여당의 한 대통령후보 예비주자도 TV토론회에서 국민대화합론을 얘기했듯이 무엇보다 미래를 위한 통합과 화해의 정신으로 국민적 역량을 모아나가는 지혜가 절실한 때다. 그것은 바로 다가오는 민족통일의 시대에 대비하는 길이자 10년 전의 6월항쟁 정신을 오늘뿐 아니라 10년 후에도 올곧게 살려나가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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