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재경원, 은행장인사 「청와대 개입」 시사

  • 입력 1997년 5월 29일 19시 56분


관치금융도 한몫 한 것으로 평가되는 한보사태 뒤끝에 정부가 은행장 인사에 입김을 불어넣는 것으로 알려져 「또 다른 관치」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금융계에선 『후임 외환은행장 등에 거론되는 인물들의 이름이 지난주말부터 정부쪽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며 『은행 비상임이사회가 은행장후보 추천에 관해 의견을 나누기도 전에 내정자가 있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와 관련, 재정경제원 관계자는 『인사설이 나온다면 청와대 아니겠는가』라며 『부총리의 공식입장은 확인할 수 없으며 청와대와 부총리가 협의를 했는지 여부도 모른다』고 말해 그동안 정부가 은행장 인사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해왔음을 시사했다. 姜萬洙(강만수)재경원차관은 『외환은행장에 洪世杓(홍세표)한미은행장이 옮겨가는 것은 가능성이 높은 것 아니냐』고 말해 금융계에 번진 소문을 사실상 확인해주었다. 李秀烋(이수휴)은행감독원장도 『張滿花(장만화)서울은행장의 퇴진을 검찰측이 요구한다는 것과 후임 외환은행장 후보 중 한사람이 홍행장이라는 것만 다른 경로를 통해 들었다』고 말하면서 이같은 기류를 어떻게 감지했는지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당사자인 홍행장은 『외환은행 지분 48%를 갖고 있는 정부로부터 「정부지분에 한해 내정자가 됐다」는 통보를 27일에 받았다. 나머지 52%에 대한 결정은 30일 열리는 비상임이사회가 권한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13명의 비상임이사들로 구성된 은행장추천위는 위원 1인당 의결권이 한표씩이고 정부대표는 위원회에 단 한명도 없기 때문에 홍행장의 이같은 말은 설득력이 없다. 29일 현재까지 연락이 닿은 외환은행의 비상임이사들은 대부분 『홍행장을 후임 외환은행장으로 추천키로 의견을 모은 일이 없다. 오히려 현직 전무 두사람 가운데 한명이 되는 것이 순리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고 소문을 부인했다. 그러나 그중 한명은 『연락을 받지는 않았으나 정부에서 홍행장을 민다면 30일 추천위는 보나마나 그렇게 결정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은행측이 전혀 모르고 있는 가운데 정부에서 먼저 후보자들 이름이 나오는 것 자체가 관치금융의 증거라고 금융관계자들은 지적한다. 특히 이번엔 한보사태에 따라 외환 서울은행 등의 주요 임원들도 은행장자격 시비에 빠지게 됐으며 이 때문에 청와대와 재경원이 인사에 직접 개입하게 됐다는 분석도 있다. 금융관계자들은 『관치금융의 표본인 한보사태를 마무리한다면서 다시 정부 입맛대로 은행장 인사를 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이는 관치금융 체제를 재구축하는 것』이라고 공박하고 있다. 〈윤희상·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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