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성상/韓銀 금리 인하 서둘러라

  • 입력 1997년 5월 14일 20시 34분


《재계는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금리를 내려야한다고 주장하고 재정경제원과 한국은행은 물가불안 등 부작용 때문에 인위적 금리인하는 안된다고 맞서고 있다. 이와 관련, 金榮大(김영대)한은이사가 지난 5일자 본보 기고를 통해 한은측 입장을 밝힌데 대해 한은총재(86년1월∼88년3월)를 지낸 박성상씨가 13일 이례적으로 반론을 보내와 이를 싣는다.》 김영대 한은이사가 동아일보에 기고한 금리인하 반대 논리에 접하고 유감스러운 마음을 금할 길 없다. 「규제금리」로 되돌아가서는 안된다는 그의 주장은 중앙은행의 금리조정 정책기능을 외면하는 발상이기 때문이다. 영국 독일 미국 일본 등 선진 각국이 「규제금리」를 고유의 금리정책으로 실시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난 88년 12월5일의 금리자유화 조치 이후 한은이 금리정책을 구사한 일이 있는가. 금리는 자금의 수급에 따라 금융시장에서 자유로이 결정돼야 한다는 시카고학파의 주장에 밀려 한국은행의 금리정책 기능은 실종됐다. 10%대의 금리가 한 때 20% 이상이 되도록 방치, 기업들이 도산의 몸살을 앓았다. ▼ 조정기능 왜 외면하나 ▼ 선진국 금리는 일본 2.2%, 독일 4.8%, 미국 5%, 영국 6%로 유지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엔화가 1달러에 80엔대까지 강세를 보여 기업들이 불황에 접어들자 사상 유래없는 0.5%의 재할인율로 시중은행 대출금리를 2.2%로 내리도록 했고 0.6%의 예금금리로 일부자금이 고금리의 달러를 매입하도록 유도, 환율을 1백20엔대까지 회복시키는 절묘한 금리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고비용구조 때문에 국가경쟁력이 약화되고 이에 따라 수출은 저조하고 수입은 과다해서 지난해 2백37억달러의 국제수지 적자가 발생했으며 올해 1.4분기에 수출신용장 내도액이 7%나 줄었다. 그런데도 김이사는 지금까지와 같이 「일관성있게 계속 나빠지도록 방치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니 국민이 어떻게 중앙은행을 믿을 수 있을까. 노동의 값이 비싸지면 일본처럼 자본의 값(금리)을 낮추어 노동절약형 자동화 투자를 유도함으로써 생산원가 상승을 방지하는 것이 중앙은행의 역할이다. 그럼에도 기업이 고임금과 고금리 때문에 적자가 나고 그 때문에 제품값을 올리게 되어 수출이 줄어도 중앙은행은 팔짱을 끼고 금리정책을 쓰지않겠다고 한다면 이 나라 경제는 어디로 갈 것인가. ▼ 안해도될 인플레 걱정 ▼ 김이사는 금리를 내리면 자금수요 증가로 인플레가 우려되니 금리인하는 안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금리가 15%일 때 기업의 금리부담은 연간 90조원이지만 6%로 인하하면 기업 금리부담은 36조원으로 54조원이 경감된다. 작년에 1천2백억원의 적자를 낸 30대 기업들이 6%의 금리수준에서는 6백억원의 흑자를 낼 수 있다고 한다. 그래도 금리를 인하하면 기업 자금수요가 증가해서 인플레가 발생한다고 주장할 것인가. 김이사는 현재의 어려움은 경기순환적 요인보다 구조적인 문제점이 더 크기 때문에 어떤 처방을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구조적 저효율도 그간의 금리가 빚어낸 것이다. 저생산성 저투자의욕 저기술개발 등 저효율구조는 금리가 비싸서 생긴 것이다. 노동절약투자와 기술개발투자를 할 수 없게 만들어 놓고 기업에 안한다고 비난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금리인하는 기업의 자금수요를 줄이고 생산원가를 낮추게 해 물가안정에 결정적 역할을 하며 국가경쟁력을 강화시킨다.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이같은 처방을 잘 알고 있다. 중앙은행이 금리인하에 앞장서서 현 경제난국을 타개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박성상<동아시아경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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