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보트피플]정부,「해상탈출」대책 부심

  • 입력 1997년 5월 13일 08시 04분


정부는 안선국 김원형씨 두가족 14명이 북한에서 배를 타고 내려온 첫 「보트피플」이라는 점에 주목, 향후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들이 최초의 북한판 「보트피플」이라면 북한체제의 내부위기가 심화될 경우 예상되는 대량 탈북사태의 「전주곡」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동안 중국과 홍콩 등을 통한 제삼국 경유와 휴전선을 직접 통과한 탈북사례는 많았지만 이번처럼 직접 북한에서 바닷길을 통해 내려온 적은 없었다. 북한당국도 내륙의 국경지대보다는 해상경비에 주력해 왔다는 점에서 해상 직접 탈출은 탈북경로의 사실상 「마지막 성역」처럼 간주돼 왔던 것. 그러나 심각한 식량난 등 경제파탄으로 북한체제의 불안정성이 심화됨에 따라 이같은 대량 탈북이 속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게 당국의 분석이다. 특히 오는 7월1일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면 압록강 두만강 등의 국경지역을 넘어 홍콩을 경유해 망명하는 길이 막히게 될 것이므로 해상탈출을 시도하는 북한주민이 급증할 것으로 당국은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베트남식 「보트피플」은 우리 현실과 맞지 않을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베트남의 보트피플은 유엔이 개입, 제삼국에 분산수용할 수 있었지만 북한 탈북자의 경우 제삼국이 아닌 남한에 몰릴 수밖에 없는데다 이들을 국내 주민으로 간주하는 법체계상 우리 정부가 수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국은 대량 탈북사태가 일어날 경우 이를 일종의 비상사태로 간주한다. 대량 탈북사태가 몰고올 극도의 사회적 혼란을 고려한다면 계엄령 조치를 취할 정도의 「준전시상태」라는 설명이다. 당국은 이같은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현행 탈북자 관련 법체계보다는 통일원이 마련중인 「통합 대비계획」 등 별도의 법체계에 따라 대처할 방침이다. 당국은 갑작스런 대규모 탈북사태가 발생, 통제불능의 상황으로 번질 경우 탈북경로인 휴전선이나 해안선을 봉쇄하는 「차단작전」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러나 당국은 대량 탈북이 곧바로 북한체제의 붕괴로 이어질 것으로 보지는 않고 있다. 따라서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에 대비, 동서독 통합과정처럼 안정적인 탈북자 대책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일시 수용이 가능한 탈북자 수용소에서 철저한 사회적응 훈련을 거친 뒤 일반사회로 이들을 방출하는 것이 요지다. 이와 함께 대한적십자사는 정부와 별도로 대량 탈북사태에 대비, 한강이북의 초 중학교시설 2백70개를 임시 수용시설로 활용하는 방안 등을 세워놓고 있다. 한편 당국의 대량 탈북사태 대비책은 아직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못한 상태여서 이번 해상 탈북을 계기로 본격적인 준비가 시급하다는 정부내 자성(自省)의 목소리도 높다. 〈정연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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