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한국조류보호협회 김성만 회장

  • 입력 1997년 5월 12일 07시 51분


『다친 새들이 상자에 실려 들어올 때면 「내가 잘못했다」며 속죄를 합니다』 새에게 속죄한다는 이 사람은 「새들의 아버지」로 통하는 金成萬(김성만·52) 한국조류보호협회장. 지난 17년간 하루도 쉬지 않고 그가 돌봐준 새들만 해도 5천여마리로 그중에는 기력을 회복해 고향으로 날아간 새도 많고 상처를 회복하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한 새들도 적지 않다. 그는 『새를 돌보는 것은 아이를 돌보는 것과 꼭 같다』며 『영양이 부족하면 영양제를 주고 안정이 필요하면 편히 쉬게 하면 된다』고 말했다. 물론 그는 타고난 「새박사」가 아니다. 한방병원에서 일하던 지난 80년 자연생태계 보호운동을 하던중 뜻이 맞는 20여명과 의기투합해 이 일을 시작했다. 『새라고는 참새와 제비밖에 몰랐지만 책을 사서 공부하고 현장을 다니면서 새들의 습성을 이해하게 됐다』는 김씨는 『요즘 뇌진탕으로 실려오는 새가 너무 많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특수유리를 사용하는 건축물이 늘어나면서 유리벽에 부딪히는 사고가 많아졌고 얇은 뇌를 가진 새들은 작은 충격에도 뇌진탕 등 크게 부상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그의 사무실 한 구석에서는 지금도 뇌진탕을 입은 솔부엉이(천연기념물 324호) 4마리가 치료를 받고 있다. 한번은 두루미가 김씨의 보금자리를 찾았다. 하루에 미꾸라지 1만5천원어치를 먹어대는 이놈을 살려내 40일만에 돌려보낼 때 그는 눈물을 흘렸다. 명함에 「우리의 자손에게 새들의 낙원을 물려줍시다」라고 새긴 김씨는 『지난 겨울 강원도 철원에서 독극물에 중독된 채 발견된 한국의 텃새 검독수리에게 주라며 불고기를 다져오는 주민들을 보고 정말 기뻤다』고 말했다. 그의 소망은 병든 새들을 위한 큼직하고 안락한 쉼터를 만드는 것이다. 02―797―4765∼6 〈하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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