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청문회]김현철씨,몸은 청문회 신경은 여론에

  • 입력 1997년 4월 25일 20시 11분


「참회의 기도」 「용서의 기도」 「회개의 기도」. 金賢哲(김현철)씨는 25일 오전 청문회가 끝나갈 때쯤 신한국당 朴柱千(박주천)의원의 질문에 답변하면서 몇 번이나 기도 얘기를 했다. 국정조사 특위위원의 신문에 대한 답변이었지만 특위위원보다는 국민들을 향한 「담화」 같은 느낌이 강했다. 목소리도 절대로 높이지 않았다. 현철씨는 실제로 이날 마치 「참회의 기도」를 올리는 듯한 음성으로 시종 「죄송」 「사죄」 「자책」 「불찰」 「반성」 등의 표현을 써가며 자신에 대한 국민적 감정이 누그러지기를 바라는 표정이었으며 답변 도중 간간이 안경을 벗고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의혹에 대해서는 『절대 그런 일이 없다』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했다. 朴泰重(박태중)㈜심우대표와의 관계 등 설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대목에서는 『잠깐 설명을 드려도 되겠느냐』 『거기에 대해서 설명을 드리겠다』고 정중하게 양해를 구한 뒤 자기 얘기를 해나갔다. 또 신문 도중 이름이 거론된 상도동 출신 정치인들, 예컨대 崔炯佑(최형우) 金德龍(김덕룡)의원과 金佑錫(김우석)전장관 李源宗(이원종)전대통령정무수석 등에 대해서는 반드시 「님」자를 붙이며 『그 분들』이라고 호칭하는 등 깍듯한 태도를 보였다. 현철씨는 특히 金泳三(김영삼)대통령에 대해 얘기할 때는 감정이 북받치는 듯 울먹거리는 어조를 보이기도 했다. 현철씨는 국민회의 金景梓(김경재)의원이 국정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증인은 김대통령의 개혁을 배신한 셈』이라고 다그치자 『제 처신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다만 국민을 위해 헌신하신 아버님의 국정개혁이 제 문제나 한보문제로 폄훼되고 무시되고 있어 가슴 아프다』고 대답한 뒤 눈시울을 적셨다. 하지만 현철씨의 「회개와 눈물」이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눈물을 훔치는 장면이 여러차례 반복되자 청문회장에 앉아 있던 야당 관계자들의 입에서 『연출 한번 좋다』는 소리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또 현철씨는 명백한 증거가 있는 경우에는 이를 시인했지만 그밖의 모든 의혹에 대해서는 『아니다』 『모른다』로 일관, 야당 특위위원들로부터 『도대체 무엇 때문에 여기 나왔느냐』는 질책을 받기도 했다. 〈김창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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