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강화]보문사 서해낙조 장관

  • 입력 1997년 4월 17일 07시 55분


개국한 단군이 하늘을 향해 제사를 올린 역사의 터, 팔만대장경의 목판을 새기며 불법으로 나라를 지키겠다는 서원을 세운 호국의 터, 13세기 몽골군 침입에 맞서 풍전등화의 나라를 구한 항쟁의 터. 80리가 하루 걸음이었던 옛날로 치면 과천 다음으로 가까웠던 역사의 땅, 강화다. 봄볕 무르익은 휴일, 역사가 숨쉬고 바다가 일렁이는 강화길로 나들이를 떠나보자. 자동차로 달리면 한시간 반 남짓, 운이 좋거나새벽줄달음질치면30분은절약할수 있는거리다. 강화는 김포와 한뼘 바다로 섬이 됐다. 그러나 강화대교 덕분에 더 이상 섬이 아니다. 다리를 건너면 강화읍. 강화산성 북문, 고려궁터, 마니산 참성단 등 몇몇 유적지가 관광코스다. 그 다음 강화를 서쪽으로 가로질러 외포리로 가보자. 이곳은 석모도행 뱃길이 난 작은 포구다. 횟집촌과 해물 노점상들이 북적거린다. 여기서 석모도는 카페리로 10분 거리의 지척. 배에 차를 싣고 갈 수도 있다. 그 짧은 항해중에 정 깊은 강화 갈매기가 뱃전을 따르며 친구가 되어 준다. 내친 김에 서해낙조로 유명한 보문사도 들러보자. 버스로 10분정도 거리다. 낙가산(해발 316m) 중턱에 곱게 자리잡고 있는 보문사. 신라 선덕여왕때 창건된 이 사찰은 석굴로 된 기도장과 눈썹바위에 새겨진 마애석불좌상이 유명하다. 약간은 장난기 서린 마애석불의 미소가 4백여 계단을 힘들여 오른 관광객들을 맞는다. 여기서 눈길을 산 중턱 아래로 돌린다. 광활한 서해바다다. 일몰 무렵에 이곳에 서면 거대한 태양을 집어 삼키는 서해일몰의 대장관을 덤으로 즐길 수 있다. 보문사 절집을 감싸안은 부처님 법력이 이곳을 찾은 속인들에게 내린 선물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서울로 가려면 일몰전에 나루터에 가야한다」는 당부사항. 봄나들이길에 낭패란 천부당 만부당하다. 〈강화도〓신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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