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기근과 군비축소

  • 입력 1997년 4월 16일 20시 04분


미국 정부가 한반도 4자회담 개막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북한의 군비축소를 공개적으로 촉구한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북한의 심각한 식량난이 장기간의 경제정책 실패와 잇단 홍수 등에 기인한다고 하지만 과다한 군비부담에 더 큰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북한의 군비감축문제를 공론화한 것은 핵심을 바로 본 것이며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 북한의 기근(饑饉)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리고 가까운 장래에 해결될 전망이 전혀 없다. 그런데도 북한 당국은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등 국제기구와 외국 정부 민간단체들에 식량지원을 호소할 뿐 식량난 해결을 위한 자체 노력은 보이지 않고 있다. 어린이와 노약자 등 주민들이 굶어죽고 있는 데도 1백20만t 이상으로 추정되는 군량미는 풀 생각도 하지 않는다는 관측이다. 김일성 생일을 전후해서는 각종 기념행사로 흥청거리기까지 했으니 북한 지도부의 정신이 온전한지 의문이다. 북한당국은 굶주리는 주민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해마다 군사비 지출을 늘리고 있다. 북한경제가 지난 6년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을 생각하면 말도 안된다. 지난 95년 북한은 GNP대비 세계 1위의 국방비 지출국이었다. GNP의 무려 25.7%에 해당하는 57억8천만달러를 군사비로 썼다. 주민을 굶기는 정권이 1백만명이 넘는 대규모 군대를 유지해서 어쩌겠다는 것인가. 2백만명 가까운 남북한의 군사력은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구축의 가장 큰 장애요인이다.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통일을 위해서는 군비부터 감축해야 한다. 91년 12월 채택된 남북기본합의서가 남북의 교류협력 긴장완화 군비감축을 단계적으로 실현할 것을 명시하고 있는 점도 그 때문이다. 앞으로 열릴 4자회담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이에 앞서 북한은 군량미를 풀고 군사비를 식량구입에 돌려 우선 굶주리는 주민들부터 챙겨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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