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교실/스트레스 극복]신경성 위염

  • 입력 1997년 4월 2일 07시 56분


『10년 넘게 소화가 안돼 고생했어요. 이 병원 저 병원 다니며 검사하고 약도 먹었는데 아무 소용이 없어요. 신경쓰지 말고 마음 편하게 지내라는데 그게 어디 쉽게 되나요』 얼마전 병원을 찾아온 40대 부인의 하소연이다. 여러 병원을 다녔지만 시원스런 대답을 해주는 의사가 없고 병의 차도도 없으니 초조해진 것이다. 혹시 죽을 병에 걸린 게 아닌가 걱정되고 조금만 신경을 쓰면 증상이 악화된다고 했다. 우선 위내시경 복부초음파 간기능검사를 해서 심각한 병이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심리검사를 해본 결과 우울증이 약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녀는 장남에게 시집와서 20년 가까이 시부모를 모시고 살면서 한번도 마음 편하게 지낸 적이 없었다. 남편은 그녀의 속마음을 몰라주었다. 입시공부를 하는 고3 아들의 뒷바라지도 힘들었다. 흔히 신경성 위염으로 불리는 이 병의 정확한 명칭은 기능성 소화불량. 국내에서는 대부분 우울증이 함께 나타난다. 서양에서는 우울증이 마약중독 성격장애 자살 등으로 밖으로 표현되는데 비해 순종과 인내가 미덕인 동양에서는 소화불량 같은 신체증상으로 나타난다. 동서양간에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이 다르게 나타나는 점도 흥미롭다. 서양인은 대개 스트레스가 쌓이면 가슴의 통증을 호소하고 협심증 같은 심장병에 걸릴 위험이 높다. 하지만 우리 동양인은 소화불량이나 속쓰림이 먼저 나타나고 위궤양 위암 같은 위장병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다. 실제 윗사람에게 꾸중을 듣거나 흥분된 상태에서 식사를 하면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 위장도 얼굴처럼 표정이 있다. 슬픔과 근심이 있으면 위가 잘 움직이지 않고 위산분비가 다소 늘어난다. 반면 즐거운 일이 있으면 위가 활발하게 움직이고 소화도 잘 된다. 현대인은 가정이나 사회에서 어떤 형태든 끊임없이 스트레스를 받고 산다. 이런 스트레스가 신체 증상으로 나타나 병을 일으키기 전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트레스는 약물에 의존하기 보다 운동 명상 요가를 통해 극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영 조깅 걷기 같은 유산소운동을 하거나 명상 독서 요가로 긴장을 풀고 불안감을 해소하면 신경성 위염은 저절로 사라진다. ☎ 02―3410―2100 이종철(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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