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받이]이건용/스타만들기

  • 입력 1997년 3월 31일 09시 33분


품질이나 가격에 의하여 상품의 판매가 좌우되던 시대는 지났다고 한다. 이제는 사람들이 무엇보다도 상표를 보고 물건을 사기 때문이다. 온갖 상품이 쏟아져 나오는 오늘날, 그 많은 물건중에 하나를 고르는 가장 손쉽고 무난한 방법이란 바로 「이미지」에 의거하는 것일 터이다. 음악가를 상품에 비긴다면 어떨까. 역시같은얘기가 가능하다. 청중들은스타를좋아한다. 스타가 아닌 음악가의 「품질적」차이가 크지 않을 때에도 사람들은 스타에게만 몰리며 스타가 없는 무대를 대할 때는 별 볼 일 없는 상품만 놓인 진열대처럼 썰렁하게 느낀다. 유명상표를 만드는 일이 질 높은 상품이나 값싼 상품을 만드는 것보다 오히려 어렵듯이 스타를 만드는 일 또한 하늘의 별따기다. 우리나라의 음악수준이 상당히 높아져서 때로 「순 국산품」들이 세계콩쿠르에 나가 입상을 해오기도 하지만 이들을 제대로 포장하여 고급상품으로 가꾸어내는 일은 아직 멀기만 하다. 지하철에서 많은 사람들이 스포츠 신문을 읽는 것을 볼 때 나는 은근히 스포츠계가 부러워지곤 한다. 「아무개 선수가 연봉 얼마에 어디와 계약한다」는 이야기가 대문짝만한 활자로 1면톱을 장식하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요즈음 유명한 프로 스포츠 스타들의 탄생에는 이신문들이 막대한 공헌을 했을 것임에 틀림없다. 스포츠 신문은 스포츠 스타를낳고스포츠 스타는 다시신문을위한 기사거리를 낳아주는 순환에 의하여 오늘과 같은 스포츠 붐이 가능했을 것이다. 주요일간지들이 8면 남짓이었던 시절에도 그 한 면을 차지하였던 문화면이 30쪽 넘는 신문에서도 아직 한 두면으로 명맥을 유지하는 것과는 대조가 되는 얘기다. 이건용<한국예술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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