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우리나라는 결핵후진국

  • 입력 1997년 3월 25일 19시 59분


▼전신이 나른하고 체중이 줄며 기침이 자주 나오고 건강이 서서히 나빠진다. 그러다가 기침이 잦아지고 땀을 많이 흘리며 가슴에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때때로 가래에 피가 섞여 나오기도 한다. 그때서야 병원을 찾으면 후기 폐결핵으로 진단이 나온다. 치료하지 않으면 병균이 폐조직을 계속 파괴하면서 폐에 공동(空洞)이 생기고 호흡이 곤란해진다 ▼50년대까지만 해도 「폐병」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었다. 지난 2세기동안 세계적으로 10억명이 결핵으로 죽었다. 그러나 1943년 스트렙토마이신이 발견되면서 결핵의 기세는 크게 꺾여 이젠 거의 잊혀진 병이 됐다. 사람들의 영양상태가 좋아진 탓도 컸다. 결핵은 그저 후진국병으로, 감염돼도 잠깐 치료하면 낫는 대수롭지 않은 병으로 치부됐다. 그런데 그렇게 낙관만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얘기다 ▼지난 95년 우리나라 결핵환자는 약 43만명, 인구 1백명당 1명으로 선진국 결핵환자 비율보다 열배 이상 높다는 보건복지부의 집계다. 같은해 국내 결핵환자 사망자는 3천7백여명으로 사망원인별 순위에서도 10위를 차지했다. 놀라운 것은 신규 환자중 남성은 64%가 40세 미만, 여성은 75%가 30세 미만의 젊은층이라는 것이다. 결핵이 사라져가는 병이 아니라 여전히 위협적인 병이라는 증거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결핵환자는 17억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감염의 95%는 주로 개발도상국에서 일어나며 매년 8백만명이 결핵에 걸리고 3백만명이 목숨을 잃는다고 한다. 특히 에이즈의 만연으로 면역체계를 파괴하는 바이러스가 확산돼 선진국에서도 결핵 발병률이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치료만 제대로 하면 잘 낫는 병이라고 해서 가볍게 볼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가 결핵 후진국이라는 것도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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