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알파波」 초능력으로 맹신하면 안된다』

  • 입력 1997년 3월 25일 19시 59분


[나성엽기자] 뇌파(腦波)의 한 종류인 알파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관련 책이 날개 돋친 듯이 팔리고 있다. 하지만 의사들은 「뇌파의 기적」을 맹신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알파파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베타파는 심신이 긴장됐을 때 주로 나타나고 세타파나 델타파는 건강이 좋지 않을 때 잘 나타나지만 이 파장은 긴장이 풀리고 머리 속에 잡념이 없을 때 발생하는 「좋은 뇌파」라고 알려졌기 때문. 알파파 논쟁은 이미 60년대 말 요가나 단전호흡을 하는 사람과 참선을 하는 승려에게서 매우 안정된 알파파가 관찰되면서 시작됐다. 알파파의 역할을 설명한 책 「뇌내 혁명」은 지난해 초 국내에 소개된지 1년여만에 20여만권이 팔리는 등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같은해 12월 시판된 「뇌내혁명2」도 현재 10만권 이상이 팔려나간 상태. 지은이 하루야마 시게오(의학박사)는 이 책에서 긍정적 사고가 몸과 마음에 미치는 영향을 소개하면서 뇌파를 알파파 상태로 만들기 위한 명상법과 이 뇌파를 만들어내는 음식까지 소개해 알파파에 대한 대중의 관심에 불을 지폈다. 국제 뇌파 신경학회(IFSECN)는 74년 알파파를 「눈을 감고 신체의 긴장이 풀어진 상태에서 정신적 활동이 비교적 적을 때 가장 잘 측정되는 뇌의 8∼13㎐ 리듬」이라고 정의했다. 경희대병원 정경천교수(신경과)는 『보통 성인의 뇌는 8∼13㎐의 주파수를 갖는 알파파 외에도 몸과 마음의 상태에 따라 베타파(14∼40㎐) 세타파(4∼7.5㎐) 델타파(3.5㎐이하) 등을 내보낸다』고 밝혔다. 서울중앙병원 강중구교수(신경과)는 『눈을 감고 명상을 하면 분명히 알파파가 발생한다』며 『그러나 잡념이 없고 몸의 긴장이 풀어졌다는 신호로 알파파가 생기는 것이지 의도적으로 알파파를 일으켰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삼성서울병원 홍승봉교수(신경과)도 『알파파가 마치 초능력을 일으키는 것처럼 보는 시각은 잘못』이라며 『뇌파는 감정 기억 운동 감각 등에 따라 알파 베타 등 다양하고 균형되게 발생하는 게 가장 건강한 상태』라고 말했다. 홍교수는 『뇌의 균형된 상태가 외부 자극에 의해 어느 한가지 파장만 발생하는 쪽으로 기울면 뇌에 해로울 수 있다』며 『명상이나 단전호흡은 괜찮지만 인위적으로 뇌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학습보조기구는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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