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직기강까지 이래서야 도대체…

  • 입력 1997년 3월 25일 19시 59분


공직(公職)사회가 흔들려서는 안된다. 공무원들이 일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된다. 공무원은 말 그대로 국민의 공복(公僕)이다. 공직사회는 국민의 안위와 일상생활을 지키며 나라경영을 뒷받침하는 국가 기반(基盤)조직이다. 그 조직의 기강(紀綱)이 흔들리고 바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렇지 않아도 정치공황(政治恐慌)으로 구심력을 잃은 나라에서 국민이 의지할 곳이 없어진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공무원들이 일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보사태와 金賢哲(김현철)씨 의혹으로 권력누수현상이 심해지는 가운데 위아래 없이 공직사회의 나사가 풀려 있는 모습과 마주치게 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마침 현정권의 임기가 끝나가는 시점이 겹쳐 고위공직자는 다음 정권을 겨냥한 줄서기와 몸사리기에 급급하고 말단 공무원들도 눈치보기에 바빠 일에 의욕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은 둘째치고 개인 볼일로 자리를 비우는 경우마저 흔하다는 보도다. 그 바람에 민원인들이 헛걸음하기 일쑤라면 국민의 공복들로서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 정권의 임기말이 가까워지면 공직 기강은 해이해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 정도가 지나치다. 윗사람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은 고사하고 근무시간에 컴퓨터 게임이나 TV에 몰두하는가 하면 순찰근무중인 경관이 주민들과 도박판을 벌이다 적발되는 경우마저 생기고 있다. 최근엔 2천만원어치의 지하철표를 빼낸 철도청 직원 9명이 구속되는가 하면 향응을 받고 주민들의 개인정보를 심부름센터에 유출한 구청 공무원 4명이 적발되기에 이르렀다. 공직사회의 기강은 물론 공직윤리마저 무너지고 있는 모습이다. 사인(私人)에 불과한 대통령의 젊은 아들이 국정을 좌지우지하고 거액의 리베이트를 챙겼다는 의혹이 잇따르고 있는 판이니 공무원들이 일할 의욕이 날 리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공직은 나라를 지키는 자리다. 정치가 아무리 표류하고 사회가 썩어도 공직사회는 나라의 기틀과 국민을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일본이 정치적으로 혼란할 때도 나라가 튼튼하게 경영되는 것은 공직사회가 건강한 사명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정부는 뒤늦게나마 총리실 주관으로 합동점검반을 편성해 공무원들의 복무기강에 대한 암행감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한다. 암행감사 때 적발되는 공무원은 중징계한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그러나 누군가 감시를 해야 일을 바로 한다면 자존심에 맞지 않는 일이다. 나라가 어려운 때일수록 국민이 맡긴 책무와 공직자의 본분에 스스로 충실한 복무태도는 나라와 국민을 지키는 차원의 값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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