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론]김일수/도덕적 책임의 의미

입력 1997-03-19 19:54수정 2009-09-27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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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년전 고대신문에서 행한 고대생의식조사에서 헌정사상 가장 훌륭한 대통령으로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꼽혔다. 아직 김대통령에게 문민개혁의 이미지가 살아 있을 무렵이었다. ▼ 복제 희망인물과 YS ▼ 최근 인간복제에 관한 고대생 의식조사에서 복제하고 싶지않은 인물 제1순위에 김대통령이 올랐다 해서 화제다. 물론 이러한 종류의 의식조사가 진실의 전부일 수는 없다. 그러나 민심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는 하나의 지표라는 관점에서 보면 너무나 급속한 민심이반이다. 인기절정에서 그 밑바닥까지 가파르게 추락한데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을 것이다. 대통령을 보좌해온 측근들의 자질과 도덕성의 문제, 정부와 집권당의 위기관리능력부재, 대통령 차남 현철씨의 각종 의혹사건들, 수사 및 사정기관의 소극적인 대응 따위를 상정해 볼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원인은 김대통령 자신의 통치스타일과 자질론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문민정부출범초부터 숨가쁘게 몰아붙인 개혁과 사정, 금융실명제, 과거청산과 역사바로세우기는 김대통령 특유의 돌파력 아니면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측근정치와 독선적 국정운영방식은 정작 중요한 권력내부의 개혁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개혁의 목표인 민주발전과 신한국건설의 지평을 향한 발걸음은 제자리에 멈추어 서고 말았다. 지난 연말 안기부법과 노동법 날치기통과로 김영삼정권의 개혁이미지는 종지부를 찍고 말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원인은 김대통령이 자신의 변화와 개혁에 실패했다는 점을 들고 싶다. 그는 개인적으로 청교도적 자질을 갖춘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측근과 차남에게 정신적 감화를 주는데 실패했다. 이러한 괴리는 대통령 자신의 도덕성에 흠집을 낳게 하고, 지금까지 진행되어온 개혁과 사정이 보복적 편파적이었다는 지적을 설득력있게 해주는 요인이 된다. 이제 한보사건에 대한 국정조사가 곧 열릴 전망이고 검찰의 한보대출의혹과 현철씨 비리의혹에 대한 재조사도 불가피해 보인다. 민심을 흉흉하게 만든 이 사건들의 진상을 밝히는데 책임맡은 이들이 최선을 다해 다시는 국력의 낭비나 국론혼란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 백성들이 제자리로 돌아가 상한 마음을 추스르고 생업에 열중할 수 있도록 진실과 책임의 규명을 분명히 해야 한다. 김대통령의 5년임기도 종반에 접어들었다. 국면전환을 위해 청와대 내각 당의 진용을 개편했지만 측근들의 비리연루로부터 시작된 도덕적 권위실추는 예상보다 빨리 레임덕현상을 불러왔다. ▼ 회개하고 거듭나야 ▼ 대통령제하에서 임기중 대통령의 실정에 대한 법적 정치적 책임은 물을 수 없다. 정치에 흥미를 잃어버렸다손 치더라도 대통령은 임기의 짐을 벗을 수도 없다. 그러나 대통령은 권력내부와 주변에서 일어난 부패 비리 실정에 대해 도덕적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지금 이 국가적 혼란에 대한 도덕적 책임은 사과성명의 차원을 넘어 보다 본질적인 것을 요구한다. 그것은 대통령자신의 변화, 국정스타일의 변화, 통치철학의 변화를 요구한다. 야당당수시절의 기질을 버리고 동서화합과 남북화해의 거대한 사회통합을 이끌어가는 포용력있는 직분담당자로 새롭게 거듭나기를 바란다. 고난과 부활의 계절이다. 부활신앙속에서 책임의 진정한 의미는 허물로 인하여 죽고 새 생명으로 거듭남에 있다. 김대통령의 도덕적 책임이란 자신과 측근의 허물에 대해 죽는 심정으로 회개하고 국민적 이해 속에 거듭나는 일일 것이다. 김일수(고려대법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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