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부당 영장기각사례」]살인혐의자에 『도주우려없다』

  • 입력 1997년 3월 18일 07시 59분


[하종대기자] 영장실질심사제를 둘러싸고 법원과 검찰이 마찰을 빚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그동안 수집한 법원의 부당한 영장기각 사례를 토대로 문제점을 분석한 뒤 법원에 공식적으로 시정을 요구할 방침이어서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서울지검이 수집한 법원의 대표적인 영장부당 기각사례를 소개한다. ▼ 도주우려에 대한 판단차이사례 서울지법은 지난 3일 맥주잔으로 머리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모씨(40)에 대해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피의자를 실질심문한 뒤 기각했다. 법원은 피해자가 피의자의 부인과 정을 통한 점 등 범행경위에 참작할 사유가 있고 도주 우려가 없다는 점을 기각 사유로 내세웠다. 검찰은 그러나 비록 범행경위에 참작할 사항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불륜관계를 시인하는 피해자의 바지를 강제로 벗겨 성기를 물어뜯고 맥주잔으로 머리를 때려 숨지게 했고 중형선고가 예상돼 일반적으로 도주 우려가 있다며 영장기각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지법은 지난달 1일 중앙선을 넘어 달리다 마주오던 버스와 충돌, 2명을 숨지게 한 이모씨(43)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주거가 일정해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어 영장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그러나 숨진 피해자 1명이 가해자와 합의하지 않고 있는 점과 실형선고가 예상돼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점을 들어 이의를 제기했다. 법원은 뒤늦게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여 영장을 발부했다. ▼ 소명부족에 대한 판단차이사례 서울지법은 지난 2일 회사에서 동료와 술을 마시다 언쟁끝에 재단용 가위로 목을 찔러 전치 10일의 상해를 입힌 송모씨(36·봉제공)에 대한 구속영장을 「구속사유에 대한 소명부족」을 이유로 기각했다. 검찰은 그러나 송씨가 자칫 잘못하면 목숨을 빼앗을 수도 있는 급소인 목을 찌른 점과 상처의 깊이가 7㎝에 달하는 점 등 사안이 매우 중대한데도 소명부족이라는 추상적인 이유로 영장을 기각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 기타 부당기각 사례 서울지법은 지난달 28일 관계서류를 위조, 사기소송을 통해 시가 2백억원 상당의 남의 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넘겨받으려 한 김모씨(70)에 대한 구속영장을 「소명부족」이라는 이유로 기각했다. 검찰은 그러나 김씨가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일단 도주한 뒤 뒤늦게 변호사를 선임, 영장실질심사를 위한 심문에 응한 점 등을 들어 영장기각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또 법원의 영장기각은 영장기각 판사와 피의자의 변호사가 평소 친분관계를 맺어 온 점으로 미루어 소명부족이라는 명분을 내세운 극히 자의적인 판단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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