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눈덩이外債 대책 급하다

동아일보 입력 1997-03-17 20:16수정 2009-09-27 02:18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외채(外債) 위기론은 결코 엄살이 아니다. 우리나라 총외채가 작년말 1천1백억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올 연말에는 1천4백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외채가 1천1백억달러라면 한해 갚아야 할 원리금만도 1백10억달러나 된다. 원화로 따지면 9조5천7백억원으로 예산의 13%가 넘는다. 89년말 2백49억달러이던 외채가 불과 7년사이에 4.4배로 늘었다. 외채가 이처럼 늘어난 것도 문제지만 정작 우려할 대목은 상환기간 1년미만의 악성 단기외채의 급격한 증가다. 93년 총외채에서 단기외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38%정도였으나 96년말에는 58.5%로 급증했다. 단기외채가 많아졌다는 것은 자금사정이 아주 나빠진 기업이 부도를 내지 않기 위해 금리가 비싸고 상환기간이 짧은 단기자금을 얻어쓰는 경우와 같다. 뿐만 아니라 단기외채는 국제금융시장의 상황변동에 따라 순식간에 빠져나가는 핫머니 성격이 강해 언제 「멕시코사태」같은 외환위기를 부를지 모른다. 총외채비율이 국민총생산(GNP)대비 20%수준에 머물고 있어 아직 크게 걱정할 상황이 아니라는 정부당국의 설명은 너무 안이하다. 올해도 작년에 이어 2백억달러가 넘는 경상수지 적자가 예상된다. 이같은 상황이 3∼4년만 이어지면 외환위기를 부른다는 게 국제통화기금(IMF)의 경고다. 단기외채 비중이 높으면서 외환보유액이 급감하면 외환위기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지난 2월말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 보유고는 2백98억달러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급격한 외화유출에 대한 방어능력이 이미 위험수위에 이르렀다. 외환위기는 더 이상 강건너 불이 아니다. 이제 외채대책이 급박해졌다. 한국판 멕시코사태에 대한 대비책도 소홀히 할 수 없다. 무엇보다 경상수지적자를 줄이고 외채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한동안은 외자유입증가에 따른 원화환율절상압력을 걱정했지만 앞으로는 급격한 외화유출의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정부가 외환부족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은행과 기업을 대상으로 중장기해외차입을 자유화했으나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해외차입 자유화는 경상수지적자에 따른 외환부족사태를 해결하면서 값싼 해외자금의 활용을 통한 기업 경쟁력강화까지를 겨냥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에서 들여온 돈이 생산적 투자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외채누증만을 초래할 뿐이다. 대외거래에서 늘어난 적자를 빚을 얻어 메우려는 발상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것은 급한 대로의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근본적으로는 수입자제와 수출증대를 통한 국제수지 균형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