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자 노트]김세원/「미스터 맘마」

  • 입력 1997년 3월 5일 08시 02분


아이 초등학교 입학식에 다녀온 얘기를 했더니 주위 사람들의 반응이 대체로 두 가지로 나왔다. 남자들은 학부모가 된 것을 축하한다는 인사치레인데 비해 여자들은 이제부터 본격적인 고생길에 들어섰다며 경험담을 늘어 놓았다. 준비물챙겨주랴, 숙제봐주랴 눈코 뜰 새없이 바빠진다는 얘기였다. 아이를 낳았을 때 징역 10년에 집행유예 30년 선고를 받은 셈 치고 마음을 단단히 먹으라던 여고동창의 충고가 새삼스레 떠올랐다. 초등학교 3, 4학년까지는 아이에게 온통 매달려야 하고 자식이 어른이 돼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부모의 심정을 그렇게 표현했구나 싶었는데 곰곰 따져보니 그게 아니었다. 남성들에게는 아빠가 됐다거나 학부모가 됐다고 해서 어느 누구도 그런 충고를 해주지 않는다. 남성은 물론이고 여성 자신도 자녀양육은 엄마의 몫이라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맞벌이 부부조차 아빠는 자는 아이 얼굴이나 들여다 보고 휴일에 외식이나 시켜주면 도리를 다했다고 여긴다. 최근 한 일본신문에 대학교수와 육아휴직을 실천한 남성회사원의 대담이 실린 적이 있다. 그들은 여성의 사회참여를 권장하면서도 가사와 육아까지 떠맡기는 모순은 고쳐져야 한다며 아이는 물론 남성 자신을 위해서도 육아휴직에 동참하라고 주장했다. 남성의 육아참여가 어린이의 사회성과 협조성을 길러주고 남성자신의 사고와 경험의 폭을 넓혀준다는 것이다. 노르웨이는 아예 육아휴직 기간의 일부는 반드시 아빠가 사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우리는 지난해 1월 남녀고용평등법 시행규칙을 개정, 부부 각자가 육아휴직을 할 수 있게 했다. 노동부가 지난해 9월 전국 2천8백3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1년동안 육아휴직실태를 조사했더니 육아를 위해 휴직한 아빠는 대상자의 0.3%인 1백10명으로 나타났다. 자식 키워 보지 않은 사람은 인생을 논할 자격이 없다는 얘기가 있다. 자신은 물론 가정의 행복,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라도 당당하게 아이를 들쳐 업고 문밖에 나설 수 있는 남성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김세원 <사회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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