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대정부질문/정치]『칼국수 잔치는 끝났다』

  • 입력 1997년 2월 24일 20시 22분


[임채청기자] 24일 국회본회의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은 한보사건과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차남 賢哲(현철)씨 문제에 대한 갖가지 말들이 쏟아진 「말의 경연장」이었다. 물론 여당의원들보다 야당의원들의 「입심」이 훨씬 셌다. 특히 현철씨문제는 국민회의 의원들이 집중거론했다. 현철씨에 대한 의혹을 집중제기한 林采正(임채정)의원은 『현철씨가 행사한 권력은 안기부장보다 크고 총리보다도 크다. 실로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이라고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趙贊衡(조찬형)의원은 『심복 몇명을 구속하는 읍참마속(泣斬馬謖)이 아니라 「읍참현철」하는 대통령의 용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그는 또 한보그룹 창고에서 현철씨 자서전 1만여권이 발견된 것과 관련, 『한보측은 직원들에게 읽히기 위해 구입했다고 하나 그 책이 무슨 「명심보감(明心寶鑑)」이냐, 교양서적이냐』고 비아냥댔다. 蔡映錫(채영석)의원은 『대폿집이나 목욕탕에서 사람들이 모이기만 하면 현철씨 얘기뿐이라고 한다. (정부 여당은) 모두 유언비어라고 강변하는데 많은 국민들이 그렇게 믿는다면 그것이 「민심(民心)」이고 「천성(天聲)」』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역사바로세우기」보다는 집안부터 바로세우고 자신부터 똑바로 세우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李富榮(이부영)의원도 『조국의 결사항전을 앞두고 아들 관창을 적진에 보내 희생시킨 신라의 품일장군, 전장에 나가기 앞서 사랑하는 처자식을 자신의 손으로 베어버린 백제의 계백장군 등 나라의 위기 앞에서 사사로운 정을 끊어버린 우리 선인들의 교훈을 떠올리기 바란다』고 충고했다. 검사출신인 신한국당 李思哲(이사철)의원은 『집권여당 소속의원으로 이러한 사태를 방치함으로써 「사후적(事後的) 공범」이 된 느낌』이라고 자책하면서 安又萬(안우만)법무부장관에게 『정권이 바뀌어도 과거 수서사건 때처럼 재수사할 경우 권력핵심부가 더 개입된 사실이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하느냐』고 따졌다. 역시 검사출신인 자민련 李健介(이건개)의원은 『대통령선거(92년) 당시 선거자금수수행위는 全斗煥(전두환) 盧泰愚(노태우) 전대통령을 구속한 법이론 전개에 따르면 「사전수뢰죄」로 볼 수 있다』는 법률적 견해를 피력했다. 채영석의원은 『또 한 사람의 불행한 전직대통령을 만들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자민련 李麟求(이인구)의원은 『현정권은 수천억원대의 부정비리로 역대 대통령을 감옥에 보냈으면서 수조원대의 부정비리는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듯 하고 있다』며 『李韓永(이한영)테러범에 1억2천만원의 현상금을 걸었는데 5조원 부정대출의 배후를 제보하는 시민에게도 현상금을 걸 용의는 없느냐』고 비꼬았다. 조찬형의원은 『김대통령이 칼국수를 먹으며 1전도 안받았다고 자축하는 동안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권력실세들은 과거 군사독재정권보다 더 거대하고 견고한 「부정부패의 피라미드」를 쌓았다』며 『이제 칼국수 잔치는 끝났다. 개혁의 가면이 벗겨지는 것과 동시에 환상도 깨졌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어 『한보부도와 함께 현정권도 부도가 났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이번 수사는 깃털수사도 아닌 「솜털수사」에 불과하다』고 검찰수사를 비난. 채영석의원은 『「돈놓고 돈벌기」가 기업의 생리다. 92년대선때 (당시 여당은) 천문학적 자금이 필요했을 것이다. 노태우씨 측근도 쓸 만큼은 주었다 했지만 여기저기서 갖다주는 돈을 많이 썼을 것이다. 한보가 철강하겠다고 나서니 신세는 졌겠다 갚아야 하니까 끌려들어간 것이다』고 한보사건의 근본원인으로 지난 92년 대선자금수수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부영의원도 『외압의 뿌리는 결국 지난 92년 대선자금문제로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며 『한보사건은 鄭泰守(정태수)라는 부도덕한 사이비재벌과 부패한 가신정치가 야합한 작품이며 그러한 가신정치를 낳은 3김(金)정치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한국당의원들은 여야 모두의 책임을 강조했다. 盧承禹(노승우)의원은 『일찍이 荀子(순자)는 말하기를 「정치인은 배요, 백성은 물이다. 물이 배를 실어나를 수 있지만 성나면 배를 뒤집어 엎을 수도 있다」고 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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