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영교수의 EQ세계]유아기의 「부정적 정서」기억

  • 입력 1997년 2월 21일 19시 56분


인간은 모든 자극을 뇌의 시상(視床)을 통해 받는다. 시상으로 들어온 자극중 느낌은 두 경로를 거친 후 행동으로 나타난다. 대부분의 자극은 시상―대뇌피질―편도복합체로 전달된다. 자극이 대뇌피질을 거친다는 것은 사람들로 하여금 합리적으로 생각하면서 느끼게 하고 그 다음에 행동으로 표현하게 한다는 뜻이다. 다른 경로는 시상으로 들어온 자극중 강력한 느낌이 직접 편도복합체로 전달되는 것이다. 이때는 대뇌피질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과정이 빠진다. 따라서 이 경로를 통해 외부에서 들어온 자극이 편도복합체로 들어오게 되면 쉽게 충동적 공격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어떤 사람이 뱀을 보았다고 치자. 그 뱀에 대한 자극이 일단 시상으로 들어가면 대부분의 자극은 대뇌피질로 가고 극히 소량의 자극은 편도복합체로 간다. 자극이 시상―대뇌피질―편도복합체를 거치는 경우 사람은 『저 뱀은 독사인가. 도망가야 할까 아니면 가만히 피해 가야 할까. 죽여야 할까. 죽인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 등을 이리저리 궁리해본 후 반응한다. 이런 사람은 뱀을 본 상황이 무서워도 합리적으로 판단한다. 그러나 아무리 대뇌피질이 합리적으로 판단한다고 해도 유아기에 편도복합체에 쌓인 경험이 부정적이면 편도복합체는 대뇌피질로부터 보내온 판단을 듣지 않고 충동적으로 반응할 것이다. 머리로는 「이러면 안돼」하는데도 「무조건 뱀에게 대들고 보자」든지 하는 마음이 더 강해져 충동적 행동을 하는 것이다. 아기 업은 엄마를 공중전화 앞에서 칼로 찔러 죽인 청년, 부모를 난자해 죽인 박한상, 부친을 살해한 일류대학 출신 교수는 모두 편도복합체에 쌓인 부정적 정서기억이 더 강해 합리적 판단력이 힘을 못쓴 예이다. 이원영<중앙대교수·유아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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