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韓寶국정조사 철저하게

  • 입력 1997년 2월 16일 19시 53분


국회는 오늘부터 문을 열고 곧 한보비리의혹에 대한 국정조사에 들어간다. 검찰의 한보수사는 변죽만 울렸을 뿐 특혜대출 외압(外壓)의 실체를 벗겨내 국민의혹을 씻어주는 데 실패했다. 국민들 중에는 검찰이 축소수사를 했다고 보는 사람도 많다. 검찰은 물론 나라의 공신력도 의심받고 있는 마당이고 보면 국회 국정조사의 책무는 더없이 막중하다. 건국이래 최대규모의 권력형 금융부정사건이 발생했다면 국민대표기관인 국회는 당연히 문을 열고 이 문제를 다뤘어야 옳다. 그런데도 여야는 장외공방만 거듭하다 사건이 일어난지 한달여만에 임시국회를 소집하고 국정조사에 들어가게 됐으니 한심하다. 뒤늦은 국정조사인 만큼 국회는 총력을 다해 비리의 진상을 규명해 국민앞에 보고할 의무가 있다. 여야가 국정조사특위 위원들을 내정하면서 일단 한보 관련 설(說)과 무관하고 이른바 가신(家臣)출신이나 특정지역 인사도 가급적 배제한 것은 잘한 일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특위가 공평무사하게 진상을 규명하리라고 믿기는 아직 이르다. 벌써부터 청문회 증인채택과 TV생중계문제를 둘러싼 여야 입씨름이 치열하다. 자칫 청문회 한번 못해보고 시간만 허비하지 않겠느냐는 걱정도 없지 않다. 의혹을 낱낱이 파헤치기 위해서는 증언대에 세울 사람에 성역이 있어서는 안된다. 청문회에 불러야 할 근거가 있는 사람이면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차남 賢哲(현철)씨든 또 누구든 모두 증언대에 세워야 한다. 현철씨의 경우 야당은 지금까지 증거 제시 없이 말로만 공세를 펴왔지만 국정조사에서는 분명한 증거를 내놓아야 할 것이다. 한보의혹은 이제 국가적 사안이다. 정치공세로 접근하기에는 사태가 너무 심각해졌다. 국회의 국정조사에서도 국민의혹을 씻어내지 못한다면 정치의 실추는 물론 나라자체가 위태로워진다. 45일에 불과한 국정조사기간에 국민들이 품고 있는 모든 의혹을 남김없이 파헤치려면 어느쪽이건 시간을 끌어서는 안된다. 공개 청문회를 대선(大選)을 앞둔 당리당략 차원에서 끌고 가려 해서도 안된다. 의도적으로 조사를 지연시키거나 사건핵심에의 접근을 방해하는 정당이나 정파는 선거때 준엄한 국민적 심판을 받게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무엇보다 김대통령의 결단이 중요하다. 현철씨의 한보연루설로 사회분위기가 심상찮게 돌아가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김대통령은 국정의 최고 책임자이지만 집권여당의 총재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국회의 국정조사특위활동, 특히 한보청문회의 증인채택 문제가 제대로 진척될 수 있도록 해줄 책임이 있다. 국정조사에서조차 외압의 실체를 파헤치지 못해 의혹이 증폭된다면 당장 3,4월 임금협상철과 개학기에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김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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