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때늦은 독감주의보

  • 입력 1997년 2월 12일 20시 23분


▼영국의 감기연구소가 유명한 실험을 했다. 사람들을 온탕에 집어넣어 땀을 흠뻑 내게 한 뒤 몸을 닦지 않은 채 바람이 심한 복도에 서 있게 했다. 일부는 빗속을 걸어나갔다 돌아와 차가운 방에서 몸을 말리지 않은 채 기다리게 했다. 그러나 그들중 감기에 걸린 사람은 거의 없었다. 감기가 추위와는 상관이 없고 사람과의 접촉으로 전염되는 바이러스가 원인임을 증명한 것이다 ▼감기는 흔한 병이다. 그러면서도 90여종에 이르는 감기바이러스를 잡는 방법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바이러스의 저항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가장 흔한 감기바이러스라는 비강바이러스는 크기가 1백억분의 1㎝밖에 안되지만 섭씨 영하 93도 이하의 저온과 지구인력의 10만배에 달하는 힘에도 죽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런 저항력 때문에 감기는 히포크라테스 시대 이래 끊임없이 인류를 괴롭혀 왔다 ▼사람은 평생 3백번정도 감기에 걸린다고 한다. 미국의 미취학아동은 1년에 평균 6∼12회, 성인은 6회 정도 감기를 앓는다는 기록이 있다. 미국 인구 2억6천여만명이 매년 감기로 일터를 비운 날은 4천만일, 일하지 못한 시간과 치료비 등을 돈으로 환산하면 50억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2천만명이 스페인독감으로 죽었던 1918년에는 미국에서도 55만명이 생명을 잃었다 ▼올 겨울에도 미국 프랑스 일본 등 지구촌 곳곳에서 독감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번 독감은 노약자나 폐질환 환자들에게 특히 위험하다고 한다. 이 독감이 우리나라에도 상륙, 11일 전국에 독감경보가 발령됐다. 지난해 10월 세계보건기구가 올 겨울 한국에 독감이 창궐할 것이라는 경고를 보냈는데도 보건당국은 때늦게 독감주의보와 경보를 내린 것이다. 예방접종을 하기에도 이미 늦었다. 결국 각자가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하는 수밖에 없게 만든 보건행정이 원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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