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사람]「미륵-운주사 천불천탑…」펴낸 獨힐트만씨

  • 입력 1997년 2월 12일 20시 23분


[김차수 기자] 한국의 전통문화에 매료된 벽안의 독일학자가 전남 화순 운주사의 「천불천탑(千佛千塔)」을 보고 쓴 「미륵―운주사 천불천탑의 용화세계」(학고재)가 번역 출판됐다. 기행연구서 겸 사진집인 이 책은 미술가이자 예술이론가인 요헨 힐트만교수(함부르크대)가 지난 87년 독일에서 출간, 한국의 전통문화를 독일에 알리는데 한몫을 했던 책이다. 『조각논들 곁에 군데군데 불상과 탑들이 세워져 있고 바로 그 옆에서 농부들이 일을 하고 있는 운주사옆 만산계곡의 정경을 처음 대하고 저는 충격이라 할 만큼 엄청난 감동을 느꼈습니다. 일상적인 생활과 예술과 신앙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힐트만교수는 운주사의 천불천탑을 처음 보았을 때의 감동을 이렇게 회상했다. 파독 간호사출신의 서양화가로 독일화단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송현숙씨와 결혼한 힐트만교수는 지난 85년 한국에 처음 왔었다. 천불천탑을 보고 첫눈에 한국의 전통문화에 반한 그는 이듬해 전남대 교환교수로 다시 한국을 찾았고 천불천탑에 관해 본격적으로 연구, 「미륵―한국의 성스러운 돌들」이라는 책을 독일에서 펴냈던 것이다. 특히 이 책에는 힐트만교수가 직접 찍은 천불천탑의 다양한 모습을 담은 사진 1백여장이 실려 있어 현장감을 더해준다. 힐트만교수는 만산계곡의 불상과 탑에는 미륵의 강림을 통해 펼쳐질 「용화세계(龍華世界)」를 꿈꾸는 민중들의 소박한 염원이 담겨있다고 해석했다. 힐트만교수는 『한국은 산업화를 통해 급격한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산업화로 인해 인간존중 등 소중한 가치들을 상실할 우려가 있다』고 걱정하면서 『문화적 전통을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힐트만교수는 책 출간을 기념해 열리는 천불천탑 사진전(12∼18일 서울 학고재화랑, 21∼27일 광주 송원갤러리)에 참석하기 위해 12일오후 서울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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