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여자의 사랑(34)

  • 입력 1997년 2월 4일 20시 34분


독립군 김운하〈5〉 『전에 내가 그 오토바이를 한 번 탔거든』 『그럼 그게 너였단 말이니?』 친구는 정말 의외라는 얼굴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래. 지난 학기 기말고사 때』 『어머 어쩜. 그때 독립군 오토바이를 탄 게 너였단 말이지?』 『그렇다니까』 『그럼 정말 독립군이 너한테 그랬어? 너 학교오는데 기다렸다가 억지로 널 태우고 위험하게 자동차 사이를 이리저리 뚫고 그랬냐고? 그래서 네가 막 악을 쓰고 말이지』 『넌 그 말 어디서 들었는데?』 『누가 그러는데 독립군이 어떤 여학생한테 그러더래. 자기 오토바이를 안 탄다고 막 화를 내고』 그렇다면 이제까지 나온 「누가 그러는데」의 말은 하나같이 그렇게 과장되고 부풀려진 말들일 것이었다. 낡은 오토바이와 낡은 헬멧이 좀 희극적으로 보이긴 해도 오히려 그는 여유롭고 신사다운 데가 있었다. 이제 어쩌면 소문은 독립군이 어떤 여학생을 태우고가 아니라 국문학과 삼학년 누구를 태우고, 하는 식으로 돌지도 몰랐다. 아주 근거 없는 소문은 아니었다. 그날 그녀는 그의 오토바이를 탔고, 뒷자리에 앉을 때 두 다리를 한쪽편으로 모아 옆으로 앉자 그가 내려서 다시 자기처럼 앉아 허리를 잡으라고 했다. 서로 실랑이를 하는 것처럼 보였을지도 모를 그때의 모습을 누가 보았다는 것인데, 다른 사람의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타면 그런 말이 안 나와도 문제는 학교의 명물과도 같은 청산리 독립군의 오토바이를 탔을 때엔 이런저런 말들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자동차 사이를 이리저리 뚫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자동차는 속도를 낼 수 없었고, 그는 시험 시간에 쫓기는 그녀를 태웠다. 달리며 이야기를 하느라 악을 쓰듯 말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전에 또 어땠다는 줄 아니?』 『어땠는데?』 『대학 본관에 가서 호스로 총장 자동차의 기름을 빼 자기 오토바이에 채워넣었다는 거야』 『내가 보기엔 그런 사람 같지 않았는데』 『너 독립군한테 호감 가지고 있는 거니?』 『그래. 나 어쩌면 그런지도 몰라』 <글;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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