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당 초선의원의 목소리

  • 입력 1997년 2월 4일 20시 34분


신한국당의 초선의원 모임인 시월회가 3일 여권(與圈)의 국정 및 당 운영방식에 대해 제기한 문제점은 귀담아 들을 만하다. 그들의 시국 인식은 기본적으로 민심(民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랜 시간 난상토론 끝에 채택한 결의문의 표현은 완곡하지만 현 시국에 대한 초선의원들의 절박한 심정을 담고 있다. 여당은 이런 의사표출을 단순히 반발로만 보아서는 안되며 이를 계기삼아 당내민주화와 국민의 편에 선 국정운영에 적극 나서는 등 심기일전해야 할 것이다. 초선의원들의 목소리에는 핵심을 찌르는 것이 많다. 『지금 민심은 완전히 정부여당을 떠났다』거나 『최근 사태에 책임을 지고 공식사과하며 재발방지를 선언문으로 다짐하자』는 대목은 시중 여론을 그대로 전달한 것이다. 국가적 위기로 치닫는 엄청난 사건의 연발로 민심이반양상이 뚜렷한데도 당정 어디서건 책임진다는 사람은 없고 『나는 아니다』는 변명만 일삼으니 이런 지적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의정(議政)생활 열 달도 채 안된 초선의원들이 자칫 집단항명으로 비칠 수도 있는 이런 모임을 가졌다는 자체가 여당으로선 사실 엄청난 위기다. 재선이상 중진과 당지도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바로 보지 못하고 안이하게 대처한데 대한 엄중한 경고다. 특히 초선의원 일부가 『金泳三(김영삼)대통령 중심으로는 난국을 극복하기 힘들다』고 주장한 것은 지도체제 전반에 대한 불신이자 새로운 틀을 짜지 않고서는 이 위기를 넘기기 어렵다는 불안감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인사의 난맥상이나 청와대와 정부 당 모두의 위기관리 능력부족을 지적한 것도 여권으로선 아픈 대목이다. 야당들이 이런 문제를 제기했다면 정치공세라며 비켜나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당내부에서, 그것도 대부분 정치에 갓 입문한 의원들의 비판이 그렇다면 여권 지도부는 겸허하게 그동안의 잘못이 무엇인지를 되돌아봐야 한다. 여권은 인사 때마다 정실 편중인사란 비난을 들었다. 또 몇사람의 밀실회의를 통해 정책을 결정하고 의원들을 거수기처럼 동원한 일도 많았다. 그러다 문제가 생기면 빠져나가기에 급급하며 비판의 소리에는 단합을 해친다는 굴레를 씌웠다. 바로 이런 행태가 이번 초선의원들의 집단행동을 불러온 것이다. 한마디로 국정이건 당운영이건 내실있는 민주화를 이루지 못했고 언로(言路)도 차단돼 있었다는 지적인 것이다. 정당내부의 비민주성을 극복하지 못하면 정치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밑으로부터 위로의 의사전달 통로는 항상 열려 있어야 하며 그런 의미에서 초선의원들이 대선(大選)후보의 완전 경선을 요구한 것도 무시해선 안된다. 여권지도부가 초선의원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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