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이해관계국 협의없는 핵폐기물이전 국제법에 위배

  • 입력 1997년 2월 4일 20시 34분


지난 1월11일 대만과 북한 사이에 핵폐기물 이전에 관한 계약이 체결돼 곧 시행에 옮겨질 전망이다. 계약내용은 대만이 향후 2년간 6만배럴의 핵폐기물을 북한에 이전하되 그후 별도의 합의에 따라 14만배럴을 더 이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우리 주변에는 우려와 분노의 격랑이 일고 있다. 문제의 핵폐기물이 대만 원전(原電)에서 운전요원 또는 보수요원들이 쓰고 버린 장갑 방호복 덧신 등과 교체부품 필터 등 저준위(低準位)의 것이라고는 하지만 이마저도 치명적 위험을 안고 있다. 더구나 그것이 없어지려면 2백∼3백년이 걸린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현재 핵폐기물 이전과 관련해 국제법상 마련된 규제조치는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원칙은 아무리 자국 영역일지라도 타국에 해가 되는 방향으로 이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둘째로는 핵폐기물을 수출 또는 수입함에 있어서는 철저한 예방책이 강구돼야 한다는 원칙에 의해 규율되고 있다. 첫째 원칙과 관련된 판례는 많다. 트레일 용광소(鎔鑛所) 사건에 대한 38년의 미국―캐나다 중재재판 판결, 코르푸해협 사건에 대한 49년의 국제사법재판소 판결, 라누호(湖) 사건에 대한 57년의 프랑스―스페인 중재재판 판결 그리고 남태평양에서의 핵실험에 대한 74년의 국제사법재판소 판결 등에 의해 이미 확인된 바 있다. 둘째 원칙은 통보 및 협의 의무를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는 지난 92년 리우선언에서 원칙 제15로 천명된 이후 모든 환경보전 관련 조약 및 문서에 일관되게 언급됨으로써 이제 국제관습법으로 굳어진 내용이다. 여기서 통보 및 협의 의무라 함은 핵폐기물을 수출 또는 수입하려는 나라는 이해관계국들에 수송 및 저장에 관한 자세한 계획을 통보하고 이를 기초로 그 적정성에 대해 상호 협의해야 한다는 뜻이다. 북한으로의 핵폐기물 이전에서 특히 문제되는 점은 해상수송시 사고로 해양오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우려와 이전 후 이를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시설과 능력을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으로 요약된다. 양측은 우선 이에 관한 자세한 정보를 우리에게 통보하고 이를 기초로 우리와 협의를 개시해야 한다. 이해관계국에 대한 통보 및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핵폐기물을 이전한다면 국제법상 확립된 규칙에 위배된다. 김찬규<경희대 교수·국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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