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임기말의 정실 편중인사

  • 입력 1997년 1월 24일 20시 14분


탤런트 朴圭彩(박규채)씨가 영화진흥공사 사장에 임명되자 대통령 임기말의 전형적 정실인사라는 비판이 거세다. 당장 영진공(映振公) 노조가 박씨의 임명철회를 요구하며 항의농성을 벌였고 문화예술 관련단체들이 집단으로 반발할 조짐도 보인다. 박씨는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후보시절 선거운동을 한 공로는 있을지 모르나 영화계와 특별한 인연도 없고 특히 문화행정 경험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 봐주기 인사라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문화계에서는 정부가 박씨를 영진공사장에 앉히려고 공연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킨 뒤 그 자리에 현 영진공사장을 보내는등 한사람을 봐주기 위해 공직을 사물(私物)처럼 주물렀다고 비판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다. 국민을 어떻게 알기에 공직 인사를 이처럼 원칙없이 하는가. 이런 식으로 인사를 하여 잡음이 생기니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잖아도 정부가 최근 검찰 요직에 부산 경남(PK)출신을 상당수 배치한 것을 두고 여론의 시선이 따갑다. 지난 연말에도 정부는 경찰수뇌부와 안기부의 국내담당차장을 PK출신으로 바꿨고 그 전에는 정부산하기관 등의 요직을 민주계와 PK출신 인사로 채워 여론의 호된 비판을 받았다. 야당들은 대선을 앞두고 정부가 자기 사람 심기에 급급하다고 연일 비난 강도를 높이고 있다. 그런데도 편중인사는 여전하니 오만한 건지 아니면 정말 민심을 못 읽는 건지 한심하다.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에 특정지역 출신이나 친여(親與)인사를 집중배치하는 것은 당장 정부의 중립적 선거관리 의지를 의심케 한다. 지난해 4.11총선 전후에도 검찰 경찰의 중립문제로 국민의 의혹을 샀고 결국은 국회의 제도개선특위 도마에까지 올랐던 정부가 다시 그런 행동을 거듭한다면 국민이 선거에서 어떤 심판을 내릴지는 자명하다. 능력위주의 인사원칙이 무너져 인사가 불공정하면 그 조직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열심히 일할 직장분위기가 깨진다. 나아가 정부가 하는 일 모두가 의심받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항간에는 최근 정부인사가 선거와 관련돼 있기도 하지만 김대통령의 퇴임전에 신세진 사람들에 대한 보답이라는 말도 나온다. 그런 말이 나오는 것 자체가 김대통령이 취임초에 강조한 공정하고 깨끗한 인사 다짐을 무색케 하는 것이다. 지금은 때늦은 논공행상(論功行賞)을 할 때가 아님은 물론이다. 능력과 상관없는 정실 편중인사가 민심이반의 중요한 요인임을 알아야 한다. 임기 1년을 남겨두고 있는 김대통령이 마지막에 인사를 그르쳐 비난을 받는다는 것은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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