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부도 왜났나]한보 경영권고집 『화 자초』

  • 입력 1997년 1월 23일 20시 34분


[千光巖기자] 추가 자금지원과 경영권 처리여부를 놓고 결론을 내리지 못한채 지지부진하던 한보철강문제는 22일 오전부터 급진전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한보철강문제에 이렇다할 지침을 주지 않았던 정부가 이날 채권은행들이 협의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방침을 정한 것. 이날까지 은행들은 국가경제 전체적으로 파장이 큰 문제를 은행입장만 고려해 처리할 수도 없는 처지여서 내부방침만 정한 채 구체적인 논의를 하지못했다. 은행들은 정부가 먼저 한보철강 처리의 가닥을 잡아줄 것을 요청했고 이날 청와대와 재경원 고위관계자가 만나 이같은 정부방침을 정했다는 후문. 은행들은 정부 결정을 요청하면서 현단계에서는 한보철강의 정상화가 어렵기 때문에 제삼자에게 인수시키거나 위탁경영을 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함께 전달했다. 정부입장이 정리되자 한보철강 주채권자인 제일 산업 조흥 외환은행 등 4개은행 행장은 이날 오후 즉시 협의에 착수했다. 은행장들은 구체적인 처리절차와 추가지원 문제에 대해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지만 한보철강의 경영권을 제삼자에게 넘기고 그 전단계로 주식담보 제출을 강도높게 요구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채권은행들은 은행장 모임이 끝난 뒤 鄭泰守(정태수)총회장 일가 보유 주식을 담보로 내놓지 않는 한 부도처리도 불사하겠다는 최후통첩을 했다. 이와 함께 은행간의 이견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한보그룹의 답변을 지켜본 뒤 23일 다시 모여 협의를 계속하기로 했다. 은행의 최후통첩에 한보그룹은 『은행관리는 받아들일 수 있지만 주식담보는 내놓을 수 없다』고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그러나 은행들이 계속 강경한 태도를 보이자 한보그룹은 밤사이 입장을 바꿔 23일 오전 9시 정총회장이 제일은행에 『보유주식을 담보로 내놓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총회장은 주식은 내놓되 경영권포기각서 제출에는 끝내 불응, 은행권은 결국 한보철강을 부도처리키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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