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善意를 모으자

  • 입력 1997년 1월 19일 19시 43분


아침을 열며 하늘이 쾌청이었으면 했는데 그렇지가 못하다. 경제문제 노동법문제 교통문제 정치문제 등이 얽히고 설켜 아침공기가 맑지 않다. 진정 크게 걱정이 되는 경제문제가 뒷전으로 가고 파업이라는 덫과 더불어 노동법문제가 불거져 앞에 나오고 그것이 다시 정치문제로 연계되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 맑지 않은 「아침공기」 ▼ 여권에서는 쟁점이 되고 있는 법률의 입법과정에 대해 사과하는 유감표명이 있으면서도 법집행은 해나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야권은 법개정을 전제로 하지 않는 타협은 일절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여기서 새삼스레 입법착상 입법능력 입법수용에 걸친 훈련을 거듭 쌓아 성숙된 입법 제과정의 정착이 절실함을 깨닫게 된다. 정부의 사려깊고 세련된 내용의 입법 착상과 발의, 정치권 및 국회의 성숙된 법 제정과정, 그리고 국민의 진지한 법 수용태세가 끽긴한 과제임을 알 수 있다. 이번 노동법 파동과 관련해서 볼 때 정부 정치권 노동계 모두가 민심동향을 살피면서 자신의 입장을 국민에게 호소하고 있다. 그런데 국민은 이러한 호소들을 현명하게 판단해 수용할 수 있는 예비지식을 미처 갖추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는 느낌이 든다. 의외로 이 세 주체 모두가 복수노조제 정리해고제 변형근로시간제 등 난삽하고 예민한 쟁점 사항들에 관해 선명한 해석이나 설득력 있는 설명을 충분히 하지 못해 국민의 판단기초가 두텁지 못한 듯하다. 이번 파동의 경우 각 주체 모두가 황급히 대처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 점이 못내 아쉽게 느껴진다. 국민 모두가 노동문제 전문가는 아니다. 그러나 제대로 된 판단자료를 갖는 경우 국민은 결코 우매하지도 않다. 그리고 자존심이나 감정대결보다는 실리조정을 모색해 나가야만 합리적 결과를 얻게 될 것이다. 우리 국민은 아직 대화문화가 성숙되지 않았다는 자평들을 자주 한다. 그것은 아마도 대화과정에서 실용적 유도보다 자존심이나 감정이 개입하는 소지가 많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대화를 통해서 그리고 일보씩 물러서서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의당한 말이다. 그러나 그 대화는 자존심과 감정의 대결이 아닌 실리조정을 바탕으로 하는 실용적인 것이어야만 모두에게 생산적인 결과를 가져 올 것이다. 이러한 것이 바로 근대적인 문제해결 방법의 요체이기도 하다. ▼ 국력손실 최소화 노력을 ▼ 파업은 노조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물론 필요한 경우 이 수단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경제적 손실이나 사회적 불안을 고려할 때 파업이 최대한으로 절제될수록 좋은 것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야권에서는 이례적으로 노조의 파업을 지지하는 강경한 입장을 천명했다. 나름대로 파악한 민심의 동향과 자체의 일련의 논리에 따른 정치적 판단일 것이다. 그러한 판단에 대해서 어떠한 의견을 말할 뜻은 없다. 다만 그동안 야권이 왕왕 취해왔던 자세, 즉 파업에 대해서는 자제를 종용하면서 노조의 입장은 지지해주는 정치적 지도적 금도도 잊혀지지 않는 사례로 기억되고 있다. 우리 국민의 슬기는 어려운 난국들을 궁극적으로는 극복해왔다. 이번 파동도 결국은 극복될 것으로 믿는다. 국민 그리고 모든 당사주체들이 진정한 선의(善意)로 사태에 임하는 가운데 국민적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극복되기를 바랄뿐이다. 내일은 상쾌한 아침이 열리기를 바란다. 李 賢 宰 <학술원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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