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김경호씨 일가 환영예배…『자유인으로 성공하길』

  • 입력 1997년 1월 17일 20시 19분


「李澈容기자」 『돈과 향락의 종이 되지 말고 부디 자유인으로 살아 성공하시길 빕니다』 17일 오전 11시 서울 송파구 풍납동 광성교회(당회장 金昌仁·김창인 목사)에서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崔薰·최훈 목사)가 마련한 「탈북동포 金慶鎬(김경호·61)씨 가족 환영회」가 열리고 있었다. 출산을 앞두고 있는 넷째 딸 명순씨(28)를 제외한 김씨 일가 등 16명은 예배석 앞쪽에 두줄로 앉아 시종일관 차분하게 자리를 지켰다. 이들은 처음에는 묵도 찬송 기도 순으로 이어지는 기독교 의식에 적잖이 당황한 듯 고개를 수그리고 주변 눈치를 살피더니 곧 분위기에 맞춰 두손을 모아 기도하는가 하면 조용히 입을 열어 찬송을 읊조리기도 했다. 김씨는 내내 눈을 감고 있었으며 부인 崔賢實(최현실·57)씨와 셋째 딸 명숙씨(34)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명숙씨는 『북한에는 교회가 평양에 선전목적으로 세운 두개밖에 없다고 들었다』며 『넓고 깨끗한 교회에 처음 들어와 보니 숭고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예배가 진행되는 동안 박봄양(5) 등 5명의 어린이들은 졸음을 참지 못하고 어른들에게 기대어 자거나 몸을 꼬기도 했다. 아예 몸을 돌려 피아노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봄이는 예배를 마친 뒤 교회에서 나눠준 과자를 두손 가득 움켜쥔 채 예배당을 나가면서도 피아노에서 눈길을 떼지 않았다. 금일봉과 성경 및 찬송가집을 선물로 받은 뒤 가족을 대표해 최씨는 『우리는 대한민국을 위해 한 일이 아무것도 없는데 이처럼 환영해 주시니 정말 감사하다』며 『우리 가족은 이북에 있는 불쌍한 동포들을 위해 통일이 빨리 이루어지도록 몸바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저희들 힘만으로는 자유를 찾지 못했을 겁니다』 탈출과정에서도 힘들 때마다 하늘에 기도를 올렸다는 최씨는 거듭거듭 허리를 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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