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책세상]「태양 추적」

  • 입력 1997년 1월 15일 20시 19분


「鄭恩玲기자」 인류최초의 사전이 만들어진 것은 언제일까. 역사가들은 4천5백년전 진흙판위에 단어의 기원과 뜻을 새겨넣었던 수메르인들을 최초의 「사전편찬자」로 꼽는다. 수천년에 걸쳐 사전편찬자들은 사람들의 입에서 입을 통해 생성되고 소멸되는 「말(言語)」이라는 유기체를 문자로 영원히 보관하기위해 고독한 싸움을 벌여왔지만 그들의 존재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다. 최근 인터넷의 도서정보홈페이지 「아마존(http://www.amazon.com)」이 소개한 조너선 그린의 「태양추적(Chasing The Sun)」은 부제 「사전편찬자와 그들이 만든 사전」이 가리키는 대로 그늘에 숨겨져 있었던 사전편찬자들의 삶을 조명한 대중용 역사서다. 헨리 홀트 출판사간. 저자 그린은 독특한 주제의 사전을 편찬해온 영국의 저명한 사전편찬자다. 「말이 시작된 이래 검열도 시작됐다」는 역사를 수천개의 실례로 보여준 「검열백과사전」이나 「냉소주의자의 사전」, 두권의 「속어백과사전」 등이 그가 편찬한 화제작이다. 옛 바빌로니아시대부터 CD롬 사전이 출간된 현대까지 사전편찬자들의 계보를 꿰뚫고 있는 그린은 『BC 2세기에 활약했던 마르쿠스 테레티우스 바로부터 19세기 프란츠 봅에 이르기까지 사전편찬자들은 백과사전적인 지식을 지닌 인물이어야 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그린은 위대한 선배편찬자들이 결코 자신들의 주장처럼 편견없는 태도로 사전을 만들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대표적인 인물이 18세기 영국의 사전편찬자 새뮤얼 존슨. 그린은 존슨이 베이컨의 「수상록」 등 풍부하고 아름다운 인용문으로 가득찬 「영어사전」을 만들었지만 사전 곳곳에는 편견과 자만이 드러난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사전」이라는 단어에서는 밀튼의 말을 인용해 『제 아무리 뛰어난 언어학자라도 사전이 없으면 그저 모국어를 잘 구사하는 보통사람일 뿐』이라며 은근히 언어학자에 대한 사전편찬자의 우위를 자랑하고 「귀리」에 대해서는 『잉글랜드에서는 말이 먹지만 스코틀랜드에서는 사람이 먹는 곡물』이라는 식의 지역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것. 그린은 『사전편찬자들은 대부분 자신을 신으로 생각하거나 최소한 시나이산에서 십계명을 들고 내려온 모세의 후계인양 자신을 과대평가해 왔다』고 날카로운 익살을 던진다. <헨리 홀트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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