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샤바·부다페스트〓洪權憙기자」 중동구 지역에 큰 관심을 보이는 국내기업은 대우 LG 한화그룹 등이다. 대우는 현지인들이나 서방기업들도 놀랄 정도로 투자진출에 적극적이다. 그래서 「코리아」보다는 「세울(서울)」이, 그보다는 「대후(대우·특히 폴란드인들이 이렇게 발음한다)」가 더 잘 통한다는 농담이 현지에서 나올 정도다.
국내기업들이 중동구에서 발견한 시장성은 매우 폭이 넓다. 우선 유럽연합(EU)과의 관계가 개선돼가면서 유럽내 생산거점이 돼간다는 점. 지난 1일부터는 폴란드 등 5개국이 모인 중동구자유무역지대(CEFTA)의 관세인하 발효로 현지공장의 이점이 더욱 커졌다.
양질의 노동력도 있다. 사회주의 체제 시절 중화학에 매진한 결과 상당히 높은 수준의 기술을 갖고 있다. 자본이 부족하니 밖으로 손을 내민다. 국영기업들을 대대적으로 매각, 사유화하고 있다.
자본주의 경제를 도입한 중동구 국가들의 이같은 움직임 하나하나가 「좋은 사업여건」을 만들어주고 있다. 그렇지만 현실로 부닥치는 어려움은 수없이 많다. 구 체제에 젖어있는 생산성 낮은 근로자들, 공장의 노후설비들, 금융 및 서비스 낙후, 환(換)리스크, 서로 아구가 안 맞는 제도들, 시원찮은 인프라 등등.
위험을 헤쳐가는 국내기업들을 찾아본다.
▼대우〓체제전환 초기부터 중동구 국가들을 수시로 드나들면서 무역을 하는 한편 공장 사들이기에 나섰다. 거점은 바르샤바와 부다페스트, 총감독은 金宇中(김우중)회장. 노동 자본 기술 시장 등을 국경에 얽매이지 않고 찾아나선다는 「세계경영」전략은 중국 베트남 인도 등을 거쳐 중동구에서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93년부터 중동구 지도에 대우공장이 본격 나타난다. 승용차 상용차 가전 건설 호텔 조선 은행 리스 등 이미 가동중인 곳만 20건이 넘는다. 2000년까지 투자약속액이 20억달러에 달한다. 자동차는 작년까지 30만대, 오는 2000년이면 76만대를 현지생산하게 된다. 대우가 갖고 있는 업종이 자동차 전자 등 내구소비재, 조선 등 자본재 중심이어서 세계시장을 상대하지 않으면 경쟁력확보가 어렵다는 점도 대우를 밖으로 내모는 요인이 됐다. 중동구는 특히 선진국들이 「아직 이르다」면서 투자를 주저하는 지역이어서 「니치마켓(틈새시장)」을 노리는 대우엔 투자의 최적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분석가들은 『대우는 중동구를 통해 국경을 초월한 글로벌기업으로 자리잡았다』고 평가한다.
▼LG〓작년 9월 바르샤바에서 具本茂(구본무)회장 주재로 「유럽―CIS전략회의」를 열어 중동구 및 CIS진출전략을 정했다. 체코 헝가리 폴란드에서 사업기반을 구축하는 게 최우선 과제로 2000년까지 중동구에서만 12억달러를 투자한다는 것. 자원개발 이동통신 부동산개발 금융사업을 눈여겨보고 있다.
▼한화〓주로 헝가리에 진출해 식품 금융쪽에 투자해 놓고 있다. 건설 통신쪽에도 관심을 보인다. 한국의 민속공연을 소개하는 등 문화적 접근방식을 쓴다. 金昇淵(김승연)회장이 진두지휘하며 해외출장의 절반이상을 중동구쪽에서 보낸다.
▼기타 대기업〓삼성은 유럽에 「제2의 삼성」을 가꾸겠다는 장기전략을 갖고 있다. 중동구에는 컬러TV와 냉장고 공장 등 2개를 운영중이다.
▼동반진출〓기술있는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함께 진출하는 게 가장 유리하다. 대기업이 자동차 전자공장 등을 운영하는 경우 근처에서 관련기계나 부품공장을 돌리면 서로에게 득이 된다. 한편 일본기업들은 80년대 중반부터 중동구지역 투자진출의 타당성조사를 해왔으나 본격진출은 하지 않았다. 투자할 만한 곳엔 국내기업보다 항상 먼저 진출해 시장을 선점했던 일본기업이 중동구에서만은 국내기업에 뒤졌다. 이제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지금까지 없었던 대규모 일본기업 사절단이 지난해 11월부터 오는 3월까지 체코 헝가리 폴란드를 잇달아 방문,사무기기컴퓨터부품 의화학장비 자동차 및 전자부품등 투자상담을 벌일 예정이어서 현지기업들이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