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속의 과학/잉크의 비밀]착색제 주원료는 검댕이

  • 입력 1996년 12월 30일 20시 20분


잉크는 기원전 2600년경에 중국과 이집트에서 처음으로 개발되었다고 한다. 아마도 검댕을 기름에 녹여 잉크로 사용했을 것이다. 그후 중국에서는 「먹」을 비롯한 다양한 색채의 고체 잉크가 개발되어 찬란한 동양화의 세계를 이룩할 수 있었다. 오늘날의 잉크는 조성과 용도에 따라 1백만 종류가 넘을 정도로 다양하게 발달됐다. 잉크는 착색제 전색제(展色劑) 첨가제로 되어 있다. 착색제는 잉크의 색깔을 내는 안료나 염료이고 전색제는 인쇄 과정에서 착색제를 인쇄 용지에 옮겨주는 역할을 한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검은색 잉크의 착색제는 주로 기름을 태울 때 생기는 카본 블랙이라는 검댕이고, 철 화합물과 타닌산 또는 몰식자산의 혼합물을 쓰기도 한다. 산화티탄(흰색) 크롬산납(노란색) 황화수은(일명 주사·朱砂, 붉은색)과 같은 중금속 무기 안료나 다이옥사진(보라색)과 아조 화합물(붉은색) 같은 유기 염료가 사용되기도 한다. 물론 중금속이 포함된 착색제는 식품 포장재의 인쇄에는 적당하지 않다. 전색제는 잉크의 용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만년필에 사용하는 잉크는 물을 전색제로 쓰지만 인쇄용 잉크의 경우에는 용지와 착색제의 종류, 인쇄 방법과 속도에 따라서 다양한 유기 용매가 사용된다. 흡수성이 강한 용지에 빠른 속도로 인쇄할 때는 휘발성이 크고 점도가 작은 용매를 사용한다. 아트지와 같은 용지의 경우에는 점도가 비교적 크고 휘발성이 작은 용매를 사용하고 착색제를 용지에 잘 붙게 하기 위한 첨가제도 넣는다. 유기 용매는 원유에서 추출한 석유계 용매도 있고 콩과 같은 식물에서 추출한 식물성 기름도 있다. 식물성 기름은 아주 오래전부터 사용되어 왔지만 오일쇼크 이후에 석유계 용매의 대체 물질로 한동안 관심이 높았었다. 그러나 식량 자원을 낭비한다는 측면의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신문 제작에 흔히 사용하는 활판이나 석판 인쇄에서는 착색제가 용지에 충분히 스며든 다음에 전색제를 증발시켜 없애야 한다. 이 과정에서 증발된 유기 용매가 인쇄 공장의 작업 환경을 오염 시킬 위험이 있다. 이덕환(서강대·화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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