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가족기업 적극 육성하자

  • 입력 1996년 12월 29일 20시 56분


수출부진의 요인 중 하나로 일본 엔화가치의 하락이 손꼽힌다. 상품의 경쟁력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수출이 환율의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은 경쟁력의 핵심이 가격이라는 것을 말해 준다. 따라서 어떻게 가격을 낮추느냐가 최대과제의 하나다. 원가를 줄여 가격을 낮추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우리의 경우 겉치레 위주의 실속없는 규정들이 원가를 높여 국가경쟁력을 저해하고 있다. 조그만 공장 하나를 세우려 해도 공업지구에다 건폐율 몇% 이상이어야 하고 조경이니 소방설비니 해서 조건이 몹시 까다롭고 많은 비용이 든다. 땅값은 얼마나 비싸며 금리는 또 얼마나 높은가. 부족한 자본으로 제조업을 하려면 한푼이 아쉬운데 불요불급한 요건을 충족하는 데만도 막대한 비용이 든다. 반면 대만은 중국인 특유의 실리위주 정책으로 경쟁력을 강화해 지금도 경공업제품에 강세를 보이고 있다. 상품을 만들고자 한다면 비닐하우스든 천막이든 물건만 잘 만들면 된다는 얘기다. 가족단위로 허름한 공장에서 생산한 각종 경공업제품이 엔저나 후발개도국의 공세에도 끄떡없이 대만의 수출을 지탱하고 있는 셈이다. 번듯한 공장건물보다는 부족한 자본을 시설에 투자해 품질을 높이고 가격을 낮춰 경쟁력을 강화한 덕분이겠다. 수많은 가족단위 가내공업을 바탕으로 해 소기업 중견기업 대기업 순으로 피라미드 형태를 이루면 가장 튼튼하고 건강한 경제구조가 된다. 이들 수많은 초미니 가족기업들이 완충역할을 해 엔저나 후발개도국의 공세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족기업의 경우 대체로 자가노동이므로 임금산정의 융통성을 가져 필요에 따라 가격을 낮출 수 있다. 이직이나 결근도 없고 온가족이 어우러져 땀흘려 일하니 가족간의 유대감도 돈독해진다. 지금도 우리는 수많은 젊은이와 명예퇴직자들이 창업의 꿈을 키우고 있다. 이들이 보다 손쉽게 창업해 어려움없이 사업할 수 있도록 까다로운 규정을 풀어야 한다. 정부와 기업은 가정에서 사장되고 있는 유휴노동력의 효율적 활용방안을 적극 검토했으면 한다. 제품에 따라 가내인력을 조직화하고 계열화한다면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길은 많다. 또한 외주나 하청으로 영위돼 번듯한 사무실이 없어도 되는 서비스분야는 자택을 사무실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 그런다면 사무실임차료가 절감되고 가정의 유휴노동력을 이용할 수 있으며 도심 출퇴근으로 인한 교통혼잡도 덜게 된다. 임 석 민<한신대 무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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