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勞와 使에 바란다

  • 입력 1996년 12월 27일 21시 29분


여당이 단독으로 기습처리한 새 노동법에는 노사(勞使)간의 갈등과 마찰요인이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상급단체의 복수노조허용 연기, 쟁의때의 대체(代替)인력 허용, 정리해고제의 도입 등이 그것이다. 노사의 대등(對等)관계에서 경영쪽에 무게가 실린 측면이 있다. 여기에 반발한 노동계가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사회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그러나 긴 눈으로 국가의 장래를 내다보며 극한대립을 지양하고 자제하기를 당부한다. 파업사태가 빨리 가라앉지 않으면 그러지 않아도 어려운 경제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새 노동법은 처음부터 허용하기로 했던 상급 노동단체의 복수노조를 3년간 유예하고 기업별 복수노조와 노조전임자 무임금제도는 5년 뒤에 도입토록 하고 있다. 곧 바로 복수노조와 전임자무임금제도를 기업단위까지 전면실시할 것을 촉구한 본란의 주장과는 거리가 멀지만 노조의 정치활동을 인정하고 제삼자개입을 허용한 것은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한다. 상급노동단체의 복수노조 허용시기가 연기됨에 따라 민주노총은 앞으로도 3년동안 법외노동단체로 머물게 되었다. 따라서 그로 인한 민주노총의 불만과 반발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재계가 끝까지 반대하던 복수노조제도도 금지가 아닌 유예로서 3∼5년 뒤에는 전면적으로 도입되는 마당이다. 지금은 전환기라는 시각을 가지고 자제를 해야 한다. 이 문제로 극한투쟁을 벌인다면 앞으로 책임있는 노동단체로 평가받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노동입법은 정치의 영역이며 개별사업장의 파업대상이 될 수 없다는 명백한 사실도 염두에 둬야 한다. 불법파업과 공권력이 정면 대결하는 불상사는 피해야 한다. 새 노동법은 정리해고조항에서 일정규모 이상의 인원을 해고할 때에는 노동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등 정리해고의 요건을 강화했다. 그럼에도 앞으로의 노사관계에서 종신고용제는 실질적으로 붕괴가 불가피할 것이다. 그렇다하더라도 기업은 정리해고제에 따른 인원감축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 기업이 근로자희생을 무릅쓰고 기업회생을 도모하는 마당이라면 기업의 책임을 통감하고 정리해고로 인한 노사마찰을 최소화하는 노력과 함께 경영에 획기적인 자세전환을 보여 주어야 마땅하다. 노사평화는 원래 공정분배와 고용의 장기적인 안정 위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눈앞의 경제위기에서 기업이 경쟁력을 회복하지 못하면 기업은 도산하고 고용 또한 유지할 수가 없게 된다. 기업이 일단 회생할 때까지 노사는 공평하게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 따라서 기업은 모든 자원을 경쟁력강화를 위해 쏟아야 하며 노동단체 또한 긴 안목으로 현실을 보고 파업사태를 진정시켜 사회가 위기를 맞지 않도록 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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