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론]美경제의 「보이는 손」

  • 입력 1996년 12월 25일 20시 19분


불과 10여년전까지만 해도 미국경제는 회복할 수 없는 쇠퇴일로에 들어섰으며 미국기업들의 경쟁력회복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는 시각이 보편적이었다. 반면에 날로 막강해지는 일본의 경제력은 세계경제를 곧 장악하게 될 것이며 일본기업과 일본제품은 세계시장을 석권하게 될 것으로 내다본 것도 사실이다. ▼ 정부 경제활성화 노력 ▼ 그런데 오늘의 미국경제와 일본경제는 어떠한가. 거품이 사라진 일본경제는 오랜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반면 미국경제는 물가안정과 거의 완전고용을 이룩한 가운데 기록적인 장기 호황을 누리고 있다. 또 과거와는 정반대로 대부분의 미국기업들은 활력과 자신감에 차있는 반면 상당수의 주요 일본기업들은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떻게 이런 놀라운 일이 일어날 수 있었는가를 생각해보자. 미국은 지난 10여년간 미국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정부는 국가경영의 우선 순위를 분명히 경제에 두고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온갖 조치를 취했다. 특히 탈냉전시대를 맞아 경제와 통상진흥에 초점을 맞춘 외교정책을 펴왔으며 경제정책의 효율적인 조정을 위해 백악관내에 새로운 부서를 설치하는 등 중요한 제도적 보완조치를 취했다. 미국정부는 또 미국을 국내외 모든 기업들이 활동하기 가장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효과적인 시책들을 펼쳐왔으며 근로자들의 훈련과 재훈련을 강화하고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하며 정보화 관련투자를 촉진하는 시책을 썼다. 한편 미국기업들은 각종 경영혁신을 통한 생산성향상 노력을 대대적으로 펼쳐왔다. 다행히도 이러한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해고근로자와 실업문제는 미국특유의 신축적인 노동시장이 흡수해줄 수 있었다. 실제로 미국은 1979년부터 1995년까지 2천6백만의 일자리를 새로 창조해냈다고 한다. 반면에 일본정부는 강력한 정치지도력의 부재로 근본적으로 개혁과 변화를 꺼리는 관료체제가 경제정책을 주도해온 결과 대내외 경제여건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 일본기업들 또한 일본특유의 폐쇄적이고 관료화된 경영체제에서 탈피하여 세계화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체제로의 전환에 성공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 결과 미국기업과의 경쟁력면에서 역전극이 벌어졌고 일본경제는 오래도록 활력을 못찾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미국 및 일본경제와 그들의 경험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근본적으로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경기순환을 겪으면서 성장 발전해 가게 되어 있다. 그러나 불완전한 시장여건속에서 움직이는 경제는 정부의 「보이는 손」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정부의 보이는 손은 거시경제정책에서부터 민간 경제활동과 관련된 각종 규제와 간섭에 이르는 여러가지 형태를 띠게 된다. 어쨌든 이와 관련하여 중요한 것은 정부의 도움은 시장기능이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보완해 주는데 그쳐야 한다는 사실이다. ▼ 모두가 고통분담 할때 ▼ 이러한 원칙에 충실했던 미국의 경험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현재 우리경제는 성장속도가 크게 둔화됨과 동시에 국제수지적자가 크게 늘어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것이 단순한 경기순환적인 현상만이 아니라 그동안 누적되어온 우리경제내부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본다면 정부와 기업은 물론이려니와 근로자와 국민 모두가 우리 경제의 구조조정과 이에 수반되는 고통분담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司 空 壹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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