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스키는 사치성운동인가」국무위원들 논란

  • 입력 1996년 12월 25일 20시 19분


▼국무위원들이 스키의 사치성운동 여부로 자유롭게 난상토론을 벌였다고 한다. 세계 어느나라 국무회의에서 그같은 논란이 있었을까. 그러나 급격한 부(富)의 축적으로 빈부 격차가 커진 우리와 같은 사회는 또 다르다. 하루 몇십만원씩 들지만 스키가 겨울철 운동으로는 최고라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사치스런 놀이라며 질시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70년대초에는 테니스가 특권층의 사치성 운동으로 치부된 적이 있다. 80년대부터는 골프가 시빗거리였다. 환경파괴 농약사용 등 부정적인 모습이 특히 강조됐지만 지금은 골프 인구가 연간 5백만명이다. 국무위원들은 스키인구도 연간 3백50만명이라며 사치성 운동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국제적인 대회까지 유치하고 있는 터에 사치성 운동으로 금기시하는 풍조는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가난한 사람에게는 역시 비싼 운동인 것은 틀림없다 ▼등산은 간편하고 돈이 들지 않아 비교적 시비가 없는 운동이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등산인구가 엄청나게 늘어 온 산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상처투성이인 산의 회복을 위해 안식년제를 도입하는 곳도 있고 모든 등산로에는 입장료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산에도 마음대로 갈 수 없는 처지라면 운동과 휴식에 굶주린 요즈음 사람들의 생활이 너무 황량해 보인다. 도대체 갈 곳이 안보인다 ▼땅은 좁은데다 인구는 많으니 어떻든 운동과 여가시설을 늘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돈 많이 드는 호화 레저타운을 권장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큰 돈 들이지 않고 자유롭게 운동과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근린 공원 같은 시설들이 많이 들어서면 어떨까. 지역마다 건강과 여가시설을 스스로 함께 챙겨야 할 시대가 온 것 같다. 그러나 한국사람들이 휴일에 집에서 조용히 독서하고 집안 일 돌보기보다 우선 떠들썩하게 밖으로 나오기를 좋아한다는 비판도 귀담아 들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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