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문화유산 잘 지켜 물려줘야

  • 입력 1996년 12월 22일 20시 20분


흔히 21세기는 문화경쟁의 세기가 되리라고 한다. 국경없는 시대의 무한경쟁 속에서 민족의 정체성을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인류 보편문화의 공유 못지 않게 세계의 다양한 민족문화와 경쟁할 수 있는 문화의 독자성을 확보하는 일이 보다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민족 고유문화의 발굴 보존 전승은 어느 때보다 시급한 국가 중요시책의 하나로 인식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우리의 문화정책은 이 점에서 효과적인 대응을 다 해오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단적인 예로 민족 고유문화의 구체적 모습을 담고 있는 전통 문화유산을 지키고 가꾸는 일에 얼마나 소홀했는가를 보면 알 수 있다. 민족문화의 얼이 담긴 전통문화재의 역사적 예술적 가치와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일에 문화정책은 지금까지 너무 무기력했다. 최근 문화유산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그나마 조금씩 높아지고 있는 것은 95년 불국사와 석굴암, 해인사 팔만대장경, 종묘 등 3건의 문화재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고 국제 미술시장에서 우리 문화재에 대한 평가가 크게 높아진 데 힘입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개발논리에 밀려 파헤쳐지고 깨지고 부서진 채로 대책 없이 방치되는 문화유산에 대한 안타까움이 밖으로부터의 자극을 통해 점차 국민적 공감대를 넓힌 것이다. 문화체육부가 내년을 「문화유산의 해」로 정해 문화유산의 「알고 찾고 가꾸기」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적극 넓히기로 한 것은 그런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문화체육부는 내년 문화유산의 해를 통해 문화유산에 대한 국민의식의 제고, 전통 문화유산의 현대적 계승, 문화유산 보존 관리의 질적 향상과 관리체제의 합리적 개선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민간 중심으로 펼치기로 한 것이다. 문화유산을 가꾸는 일이 문화유산의 적극적 발굴과 보존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이를 위해서는 개발에 따른 훼손과 방치로부터 문화유산을 보호하는 법제도를 보다 전진적으로 정비하고 과학적 보존 관리 복원을 위한 전문가를 육성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내년 문화유산의 해가 이에 대한 정책당국 스스로의 인식에 일대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문화유산의 해는 의미가 크다고 할 것이다. 문화재보호는 구호가 아니라 실천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 실천을 뒷받침하는 것이 국민적 공감대다. 문화유산의 해가 일과성의 행사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문화유산이 우리가 선대로부터 이어받아 후손에게 물려줄 소중한 민족문화의 뿌리라는 점을 교육하는 기회가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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