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새 정치」는 여전히 없었다

  • 입력 1996년 12월 20일 08시 15분


제15대국회 첫 정기국회 마지막날인 18일 여야의원들은 하루종일 「돌파조」 「호위조」 「저지조」 등으로 편성돼 볼썽 사나운 힘대결을 벌였다. 토론과 대화는 실종되고 야유와 폭언, 인신공격이 난무했다. 지난 16일 신한국당이 국회정보위에서 안기부법개정안을 날치기 처리한 것이 이같은 파행의 전주곡이었다. 여야는 안기부법안에 대한 찬반토론 등 정상적인 절차는 아예 제쳐둔 채 「무조건 통과」와 「실력저지」란 배수진을 치고 맞붙었다.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둔 여야의 이해타산과 상대에 대한 불신이 파행의 근본 원인이다. 신한국당이 『내년초 임시국회를 열어 처리하면 찬성하겠다』는 자민련의 중재안마저 거절한 게 단적인 사례다. 처리를 한두달쯤 늦춰서 안될만큼 여권에 절박한 사정이 있는 것도 아닌데 밀어붙인 인상이 짙다. 야권의 실력저지와 이로 인한 처리불가는 예상됐던 일이다. 「보다 충분한 토론과 의견수렴」을 외면한 신한국당의 자세는 어느 모로 보나 설득력이 약하다. 4.11총선직후 취임한 신한국당 李洪九(이홍구)대표는 기회있을 때마다 「새 정치」를 강조하며 『국회에서 물리력을 동원하거나 안건을 강행처리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고 다짐했었다. 그러나 이대표의 이같은 다짐은 한순간에 「빈 말」이 되고 말았다. 15대국회에 걸었던 「새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도 물거품이 됐다. 또 안기부의 대공수사권 부활이 대선에서 악용될 것이라고 지레 단정, 안기부법 개정에 무조건 반대한 국민회의의 대응도 초점을 빗나갔다. 그보다는 대공수사력 보강을 위한 대안과 안기부수사권 강화에 따른 부작용 방지를 위한 대안 제시가 선행돼야 옳았다. 왜 이렇게 됐는지에 대한 해답은 간명하다. 우리 정치권은 아직도 국회의원들의 소신이나 수렴된 당론보다는 이른바 3金(김)씨의 말한마디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林 彩 靑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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