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슈퍼옥수수 관리 철저히 했어야

  • 입력 1996년 12월 19일 20시 43분


아프리카에 보라빛 꽃을 피우는 스트라이가라는 식물이 있다. 옥수수의 영양을 빨아먹는 이 기생식물로 연간 피해액만도 70억달러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 「악마의 풀」로부터 옥수수를 구제, 녹색혁명을 이룬 사람이 金順權(김순권) 경북대 농학과 교수다. 경북 울진의 가난한 농가출신인 그는 옥수수 연구로 네차례나 노벨상 후보에 오른 인물이다.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옥수수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가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국제농업연구소로 간 것은 지난 79년. 17년동안 기존 옥수수보다 수확량이 2,3배나 많은 신품종 1백여종을 개발했다. 그에게는 지금도 「녹색의 전도사」 또는 「기아의 대륙 아프리카에 온 하나님의 사람」이라는 별명이 붙어 다닌다. 95년 귀국한 그는 이번에도 전국 각지의 1백여종 종자와 미국에서 들여온 종자 30여종를 교배시킨 신품종을 개발하고 있던 중이었다. ▼경북대 구내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던 그 신품종 5백여종 1천그루에 달려있던 3천여개의 옥수수를 최근 도난당했다. 알고 보니 범인들은 무심히 지나가던 동네사람들이었다. 어떤 사람은 아침 운동길에 비둘기 먹이감으로 따왔다고 말했다. 보통의 것보다 3∼5배나 큰 이 슈퍼옥수수가 우선은 눈길을 끌었을 것이다. 또 그 옥수수가 그 유명한 사람의 연구용 옥수수라는 것을 알 리도 없었을 것이다. 어떻든 도난 보도가 크게 나가자 아차 싶어 허겁지겁 경찰서를 찾아온 사람도 나무라긴 해야 한다. ▼남의 옥수수에 손을 댄 때문이다. 그것도 서리하듯 몇개 정도가 아니라 대량 가져갔다면 작은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김교수의 옥수수연구가 그만큼 의미있는 것이라면 간수를 확실히 했어야 했다. 옥수수도 기아에 허덕이는 지구촌 곳곳에서는 중요한 식량이다. 도난당한 옥수수값은 얼마 안되지만 미래 식량으로 그 값은 엄청날 수 있다. 슈퍼옥수수와 같은 신품종개발과정은 새기술개발 못지않게 보안과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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