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더불어 사는 세상」의 요건

  • 입력 1996년 12월 15일 20시 15분


걷잡을 수 없이 변하는 세계속에서 우리 모두 하나가 되어 합심해도 선진국을 따라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런데 우리끼리 서로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계속 다투고 있다. 이런 풍토가 계속되면 우리가 아무리 잘하더라도 집단이기주의에서 오는 불협화음 때문에 발전을 저해받게 될 것이다. ▼ 집단이기 혼란만 자초 ▼ 국어사전에 보면 타협이란 서로 잘되기 위해 돕는 것이라고 풀이돼 있다. 세상에 이보다 더 좋은 말과 행동은 없을 것이다. 혼자 사는 세상도 아니고 더불어 사는 세상인데 서로 잘 되기 위해 돕고 살아야 한다. 항상 피해의식을 가지고 꼭 내가 하고 싶은대로, 또 내가 원하는 것은 꼭 가져야겠다는 사고를 버리지 못하면 그 사회나 국가는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는 문화적으로 보아도 타협을 잘 못하는 민족 같다. 지조를 지킨다고 자기 뜻을 끝까지 꺾지 않았던 훌륭한 조상들을 많이 보게 된다. 그러나 이제는 세상이 바뀌었다. 옛날처럼 단순한 사회가 아니다. 사회의 모든 부분이 서로 얽혀 있어 무엇이 최고의 선인지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판단의 기준을 어디에다 두어야 할지 애매할 때도 많다. 그러므로 우리는 항상 대립관계에 들어가지 말고 서로의 이해관계를 다 내놓고 조금씩 양보하는 타협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지나간 과거를 이야기하면서 저마다 절대로 물러설 수 없다고만 한다면 파멸의 길을 향해 달음질치는 형국이나 다름없다. 민주사회에서는 서로 어느 시점에서 반드시 타협해야 한다.그러면 누가 타협을 유도할 것인가. 자본주의 사회니까 시장기능을 통해 타협이 이루어져야 정상일 것이다. 시장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조정되게 마련이다. 하지만 사회가 너무 복잡하다 보니 마치 교통이 마비돼 교통경찰이 필요한 것처럼 조정자가 필요하게 됐다. 정부가 바로 이 역할을 잘 해야 한다. 운전자들이 교통경찰의 신호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좋듯이 집단이기주의의 이해관계도 서로 실컷 논의한 다음에는 정부가 결론을 내려야 한다. 정부가 조정자의 역할을 해야한다. 또 우리는 그 조정에 따르는 미덕을 보여야 한다. 민주사회에서는 이렇게 서로 설득시키고 설득당하면서 타협의 산물을 통해 발전하고 성장하는 것이다. 집단이기주의에 관한 한 승자가 전부를 가져가는 식의 사고는 있을 수 없다. 그러므로 정부는 승자도 패자도 없이 수평적으로 자동차가 신호에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모든 문제가 흘러가며 해결되도록 해야 한다. 지도자나 정부는 섬기는 자세로 모든 사람의 이해관계를 극대화하기 위해 집단의 이기주의를 조정할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 타혐-조정할줄 알아야 ▼ 21세기의 선진국 대열에서 경쟁의 낙오자가 되지 않으려면 우리는 지금 모든 시민이, 모든 집단이 하나로 뭉쳐 힘을 합해도 힘든 상태에 와 있다. 서로 서로 한걸음씩만 뒤로 물러서서 웃으며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집단이기주의가 없어서는 안되지만 내것은 타협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은 하루 속히 버려야 한다. 민주사회라고 해서 만사를 표로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표로 해결하지 않음으로써 더 덕스러운 것도 많다. 바로 집단이기주의가 그렇다고 본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조정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 집단이기주의 때문에 우리의 국가발전이 주저앉아서는 안된다. 송 자 <연세대교수·전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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