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화제]독도부두 1단계공사 삼협개발 강향희회장

  • 입력 1996년 12월 13일 19시 37분


「朴賢眞기자」 죽음과 맞선 공사. 그러나 누군가는 해내야 할 민족의 역사(役事). 독도 부두시설 1단계공사를 마친 삼협개발의 강향희회장(52). 그는 25년 건설밥에 이처럼 어려운 공사는 처음이라고 털어놨다. 하루에 다섯번씩 바뀌는 바람의 방향. 장비 운반을 위해 이틀밤을 새야 하는 항해. 3m를 넘는 파도. 여기에 직원 3명을 바다의 제물로 바쳐야했던 아픔. 수장한 장비값만 수억원. 그 역경을 딛고 전체공정의 44%를 마쳐 지난달 말 20m의 부두가 위용을 드러냈다. 이대로라면 내년 10월 콘크리트구조물(길이 20m, 폭 12m, 깊이 6.5m ) 4개를 이어붙인 독도 부두시설이 예정일보다 9개월 빨리 완공된다. 급해진 것은 일본. 당초 일본의 유력일간지들은 한국기술로는 공사가 불가능하다고 논평했다. 그러나 부두의 모습이 조금씩 드러나자 일본 순시선이 공해상에서 공사배의 진로를 가로막는 사태가 벌어졌다. 급기야 지난 10일 하시모토 류타로 일본총리는 내년 1월 한일정상회담에서 독도문제를 정식 거론하겠다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강회장이 독도 공사에 뛰어든 것은 이같은 일본측의 발언에 대한 오기 때문. 지난해 12월 굴지의 건설사들이 고개를 내저었지만 20년 해양공사의 경험과 오기로 무작정 뛰어들었다. 공법도 국내에선 최초로 자기부상선을 이용한 케이션공법을 택했다. 『처음 시도되는 공법이라 진두지휘할 사람이 없었어요』 그래서 그는 회장의 신분으로 작업복을 입고 직접 현장에 뛰어들었다. 공사 실패는 회사가 아닌 국가의 망신이라는 중책감이 더욱 현장으로 내몰았던 것. 지난 4월 막상 공사를 시작했지만 심한 바람과 파도로 공사일수는 한달에 평균 9일. 날씨가 좋으면 24시간 일을 하고 폭풍우가 불면 1주일을 해상기지에서 기다려야 했다. 공사 시작 한달만에 20여명이 사표를 썼다. 독도에 들어가기 싫다는 이유였다. 그럴 때마다 그는 설득했다. 공사가 끝난 뒤 독도에 새겨질 이름을 생각하라고. 고맙게도 하평종현장소장 등 50명의 직원은 그와 함께 꿋꿋이 독도현장을 지켰다. 지난 69년 창업한 뒤 준설회사 등 5개 해양업체를 보유하면서 삼협개발을 도급순위 80위의 항만 준설분야의 전문기업으로 키워낸 그다. 그러나 이번만큼 적자를 무릅쓰고 정부를 의식해 공사를 한 적은 없다. 『공사금액이 1백32억원인데 새로 투입한 신규장비에만 3백억원이 들었어요. 또 툭하면 외무부에서 전화가 와요. 함부로 공사상황을 공개해 일본을 자극하지 말라구요』 다행히 공사일정이 빠르다. 『내년 10월이면 팔도의 흙을 가져다 부두를 덮을 거예요. 그때면 1억4천t 무게의 부두가 거센 파도를 이기며 독도를 지킬겁니다』 해남의 섬에서 태어난 그는 달라진 독도의 모습을 요즘 자주 꿈에서 만난다고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