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고스트 맘마」 뻔한 줄거리에도 「찡한 눈물」

  • 입력 1996년 12월 11일 20시 16분


「朴元在기자」 「죽은 사람의 영혼이 이승에 있는 연인과 못다한 사랑을 나누는 멜로영화」. 최진실 김승우 주연의 「고스트 맘마」(한지승 감독)는 요즘 젊은 관객 입장에서 보면 진부하기 짝이 없는 소재로 얘기를 풀어가고 있다. 줄거리는 몇년전 대히트한 할리우드 영화 「사랑과 영혼」(원제 Ghost)을 베낀 듯한 인상이고 핵심 배역으로 「귀신」이 나오는 설정도 신세대 취향에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이 영화에 대한 평가는 21일 개봉에 앞서 시사회가 몇차례 거듭되면서 확연하게 달라졌다. 평론가들은 보는 이의 정서를 예리하게 파고드는 상황묘사와 감칠맛나는 대사가 슬픔과 감동이라는 멜로영화 본연의 기능을 완벽에 가깝게 소화해 냈다고 격찬했다. 서울 압구정동의 키네마극장에서 열린 일반 시사회에서는 20대 초중반의 여성관객들이 주인공들의 슬픈 사랑에 푹 젖어들어 하염없이 눈물을 찍어댔다. 「고스트 맘마」의 색다른 로맨스는 남편 지석(김승우)의 서류를 전해주기 위해 서둘러 차를 몰던 인주(최진실)가 교통사고로 숨지면서 시작된다. 방황하던 지석은 인주의 영혼과 교감을 나누면서 활기를 되찾지만 죽은 아내와의 사랑은 현실에서 갖가지 벽에 부닥친다. 유령으로서 자신의 역할에 한계를 절감한 인주는 남편과 아들 다빈이를 돌봐줄 새 사람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지석의 마음이 심성고운 회사후배 은숙(박상아)에게 쏠리자 인주는 안도감과 함께 묘한 질투를 느끼는데…. 이 영화의 강점은 감정의 절제. 「억지춘향」식의 눈물짜내기나 뻔히 의도가 들여다보이는 웃기기 시도를 자제하고 관객들이 등장인물의 심리변화에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도록 신경쓴 흔적이 뚜렷하다. 특히 생사의 경계를 뛰어넘어 「사랑의 라이벌」이 된 인주와 은숙이 상대방에 대해 배려하는 모습은 가장 기억에 남을 만한 장면이다. 인주의 영혼은 가끔씩 은숙을 골탕먹이면서도 그녀가 남편의 마음을 끌 수 있게 도와주고 은숙은 인주의 얼굴을 새긴 조각품을 정성껏 만들어 유령을 감복시킨다. 각종 단편영화제 입상을 통해 재능을 인정받은 신인 한지승감독은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연출력으로 성공적인 데뷔를 마쳤다. 지석의 친구로 출연한 권해효의 감초연기가 돋보이고 최진실과 김승우도 앞 작품에서의 매너리즘을 극복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극장가에서는 순수 멜로의 부활을 표방한 「고스트 맘마」가 상업적 성공을 거둘 경우 액션 코미디 일변도의 한국영화의 제작 경향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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