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재건축 요건 강화토록

  • 입력 1996년 12월 9일 20시 24분


강남 5개지구 저밀도 아파트 재건축계획이 발표되면서 예상되는 수많은 문제점이 제기되자 서울시가 단계적 착공 등의 보완대책을 내놓았다. 또한 이 일대를 중심으로 부동산 투기조짐이 일자 국세청이 투기우려지역지정 등 강력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현행 아파트 재건축이 안고 있는 핵심과제를 비켜간 보완대책으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 수 없고 투기 또한 막을 수 없다. 기존아파트 재건축이 야기하는 가장 큰 문제는 도시 주거환경의 악화와 투기다. 교통 자재 전세난, 자원관리, 도시경관훼손 등은 그 다음의 문제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재건축 방식을 그대로 놔두고서는 어떤 보완대책을 내놓아도 재건축의 문제점과 부작용은 해소하기 어렵다. 아파트를 재건축만 하면 돈 한푼 안들이고 훨씬 넓은 집이 생기고 재산증식이 가능해진다. 재건축 사업심의규정을 강화하고 교통 환경영향평가를 엄격하게 한다고 해서 아파트 재건축의 민원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아파트 재건축은 당사자들만의 이해가 걸린 문제가 아니다. 도시 전체의 환경 교통 미관 그리고 균형발전 등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이같이 중요한 재건축 사업이 주택건설촉진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불합리하다. 이번 기회에 관계법령과 제도를 고쳐 지금과 같은 재개발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 대규모 공동주택 재건축은 장기적인 도시기본계획의 틀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도 재건축 허가권이 구청장에게 맡겨진 것은 무리다. 도시 전체의 균형있는 개발을 위해서는 마땅히 서울시가 관장해야 하며 중앙정부가 다시 조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 아파트 재건축의 또 다른 문제는 용적률이다. 일반주거지역의 용적률을 400%까지 높여서는 투기목적의 재건축을 막을 길이 없다. 법정 재건축 허용 연한인 20년만 되면 멀쩡한 아파트를 헐고 초고층 아파트를 지어 일확천금을 노린다. 심지어 15년짜리 아파트의 재건축까지 추진하는 상황이다. 도심 아파트 재건축은 기본도시계획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주택건설촉진법의 재건축사업조항을 도시재개발법으로 이관해 필요한 경우 상세(詳細)계획구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상세계획구역으로 지정되면 재건축지역의 지방자치단체가 그 지역의 도로 공원 교육 상업 공공시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용적률을 정하게 된다. 재건축은 도시전체의 균형발전을 해치지 않고 주거 교통 환경이 현재보다 나빠지지 않는다는 전제아래 추진돼야 한다. 저밀도 아파트의 고밀도화로 전체 시민과 후손에게 큰 불편과 부담을 안겨주고 아파트입주자는 가만히 앉아서 재산을 늘리는 투기방식의 재건축은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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