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화제]마약중독 탈출 치료사 변신 이드보라씨

  • 입력 1996년 12월 6일 19시 57분


「朴賢眞기자」 『제 경험상 서울 압구정동에는 마약 운반책만 3백명 가량이 돼요. 경기도에도 1천명 가량이 암약중이에요. 운반책이 이 정도면 실제 수요자가 어느 정도인지 상상할 수 있겠죠』 젊은 시절 10여년간 마약에 빠졌다가 15년전에 구렁에서 빠져 나온 이드보라씨(48·여). 지난 12년간 마약중독자 상담과 치료에 헌신해온 그는 최근 국제마약단 국내잠입 등 잇따른 마약사건이 예사롭지 않다고 단언한다. 예상보다 훨씬 빠르고 심각하다는 것. 『마약요, 그 파괴성을 경험해 보지 않고 어떻게 알겠어요. 부모를 경찰로 알고 흉기를 휘두르고 바닥에 하얀 것만 보이면 환장하죠. 10년이 지나도 유혹을 느낄 때가 있을 정도인데…』 그가 새 인생을 시작한 것은 미국 마약수사국에 검거되어 변호사의 도움으로 지난 81년 뉴욕의 한 신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뼈를 깎는 나날을 겪으며 마약을 극복한 그는 결심했다. 수렁에 빠진 인생을 구하는데 여생을 바치자고. 이후 뉴욕 로스앤젤레스 하와이 등지에서 교포를 대상으로 활동하다 지난 92년 귀국했다. 그러나 국내의 마약에 대한 대처방안은 기대이하였다. 『구속만 하고 보호감호원에서 3∼6개월 치료를 받으면 된다고 생각하죠. 천만의 말씀. 최소한 3년을 격리해서 가족처럼 대해줘야 고칠 가능성이 보이죠』 박지만씨나 일부 연예인들이 재범을 하는 게 그 이유라고 한다. 현재 교회선교회에서 일하는 그는 마약중독자를 만나 상담하고 이들이 수렁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느라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의 손을 거쳐 현재 치료를 받고 있는 중독자는 40여명. 이중 15명이 청소년들이고 심지어 의사 사업가 회사원도 있다. 마약의 세계를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은 한때 그가 그 지옥에서 살았기 때문. 70년초 한국을 떠난 그는 한때 콜롬비아에서 마약운반책으로 활동하다 70년대 중반 미국에서 비밀요정을 운영하면서 깊이 마약에 빠져들고 말았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맡은 40명을 모두 자신이 활동했던 뉴욕 하와이 로스앤젤레스 등지의 교화시설로 보내 철저한 격리치료를 받게 한다. 그 곳에는 그가 마약에서 구해준 13명이 치료사로 활동하고 있다. 또 한국마약대책본부와도 정보를 자주 교류한다. 『불이 나면 왜 소방관들이 언저리에 물을 뿌리는 지 아세요. 번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죠. 마약도 항상 딴 사람을 끌어들이는 나쁜 성질을 갖고 있어요. 그걸 막아야 합니다. 이미 깨달았을 땐 늦으니까요』 그는 미혼으로 서울 잠실에서 혼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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