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 캠퍼스분위기 삭막…추천서-정보싸고 『쉬쉬』

  • 입력 1996년 11월 24일 20시 17분


취업난으로 캠퍼스 분위기가 삭막해지고 있다. 취업준비생들간의 협력과 정보교환이라는 과거의 미풍은 사라지고 없다. 대신 취업정보까지 독점하려고 경쟁이 벌어지거나 그룹별로 갈려 다투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취업정보 독점경쟁은 취업안내공고문 등을 보자마자 떼어버리는 일이 자주 일어나는 데서도 알 수 있다. 지난달 서울 Y대 상대취업사무실에는 「취업안내공고문을 떼지말 것」을 당부하는 공문이 나붙었을 정도다. 공고문이 나붙자마자 떼어가버리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과에 2,3장 정도 배당되는 일부 대기업체 추천서를 독점하려는 「암투」가 빈번히 벌어지고 있다. 최근 서울 명문 S대 인문대의 한 외국어과에 1차시험을 면제해주는 한 기업체 입사추천서가 한장 도착하자 졸업생들간에 이를 확보하려는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이들은 서로 합의를 보지못해 결국 학과교수를 찾아가 결정해줄 것을 부탁하기까지 했다. 기업체취업반 등 배타적인 집단을 구성, 이에 들지않은 다른 학생들이 대기업추천서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견제하는 일도 생기고 있다. 김모군(21·H대4년)은 『언론계 시험을 치다 최근 일반 기업체에 지원하기 위해 대기업취업을 준비하는 팀에 추천서를 나눠줄 것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다』며 『이들은 필기시험이 면제되는 추천서를 이용해 4,5개 업체에 취직이 이미 확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추천서를 독점하며 다른 기업에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나이가 많은 졸업생들이 취업제한연령 등을 내세워 추천서를 독점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변모군(25·S대졸)은 『학번이 높은 복학생들이 추천서를 관리하는 대표학생에게 압력을 넣어 추천서를 우선적으로 가져가고 있다』며 『특히 여학생의 경우 학점이 월등히 높아도 「기업체에서 여학생을 잘 뽑지않는다」며 추천서배분에서 완전히 제외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취업상담을 하러 Y대 취업정보실을 찾은 이모양(23·영문학과4년)은 『학과 사무실에 인기좋은 기업의 특채원서가 왔다고해서 가보면 남학생들이 원서를 다 가져가고 없다』며 『일부 여학생들은 이 때문에 기업체 입사를 포기하고 공무원시험 등으로 방향을 바꾸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한정진·이호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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