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어느 郡의회에서 생긴 일

  • 입력 1996년 11월 24일 20시 11분


지방자치가 제대로 정착하려면 지역공동체의 자치능력과 주민들의 자치의식이 필수적이다. 이 모든 것들을 집약한 제도적 장치가 바로 지방자치집행부와 지방의회다. 그러나 그저께 전북 부안군의회에서 벌어진 상식밖의 소란을 보면 과연 우리에게 지방자치능력이 있는지 근본적인 회의가 앞선다. 지방자치단체와 의회간의 마찰은 언제나 있게 마련이고 또 그럴 수밖에 없다. 다만 그러한 갈등과 대립은 민주적인 절차 방식에 따라 제도적이고도 합리적으로 해소 처리돼야 한다. 그것이 지방자치의 기본원칙이다. 그런데도 군의회의 군수불신임안 상정에 반발한 부안군측이 군청직원들을, 그것도 1백여명이나 동원해 본회의장 출입문을 봉쇄하고 의회의결을 원천적으로 실력저지했다니 도대체 이게 말이 되는가. 주민들의 대의(代議)기구인 군의회에서 군정(郡政)사무조사특위를 구성하고 군수와 관계공무원의 출석을 요구했다면 당연히 응했어야 옳다. 그럼에도 이를 묵살하고 물리적 힘을 동원했다는 것은 한마디로 지방자치의 근본원리를 모르거나 알아도 무시하는 비민주적 작태가 아닐 수 없다. 급기야 군의회측 요청으로 경찰병력이 출동해서 강제해산을 하고 군의회는 경찰경호속에 군수불신임결의안을 의결하는 볼썽사나운 꼴이 되었으니 한심하다. 잘못은 기본적으로 집행부에 있다. 아무리 군의회에 대한 불만이 크다해도 물리력으로 지방의회의 기능을 훼손하려든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비록 어느 한 지방의 일이긴해도 분권(分權)과 주민참여를 원칙으로 하는 지방자치제도에 대한 중대한 도발이 아닐 수 없다. 경찰이 군의회측의 고소에 따라 본격수사에 나선 것은 당연하다. 이런 불상사의 재발방지를 위해서도 적극 가담자를 선별하고 배후지시자를 철저히 가려 법에 따라 엄단해야 한다. 부안군수 또한 민선군수에 대한 불신임결의는 구속력이 없다하나 최소한 도의적인 책임은 면키어려운 만큼 스스로 진퇴문제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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