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경쟁력 높이기 『말따로 행동따로』

  • 입력 1996년 11월 19일 20시 35분


이른바 「경쟁력 10%이상 높이기」와 관련된 정부측 자세를 보면 「말따로 행동따로」라는 생각을 떨치기 힘들다. 18일 열린 청와대 보고회의에서 金泳三대통령은 『국가경쟁력 강화를 실천하지 못하는 각료는 역사적 책무를 소홀히하는 것』이라고까지 말했지만 장관들의 태도에서 그런 의지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국회 예결위에서 의원들은 연일 『정부가 10월9일 경쟁력 높이기대책을 발표하며 솔선수범을 다짐했는데 정작 새해 예산안에는 그런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따졌지만 韓昇洙경제부총리의 답변은 『새해 예산안이 10월2일 국회에 제출됐기 때문』이라는 한마디뿐이었다. 이에 의원들은 『지금이라도 어떻게 예산을 줄일 것인지를 소상히 밝혀야 할 게 아니냐』고 다그쳤지만 韓부총리는 『예산을 통과시켜 주면 그 범위안에서 절약하는 방법을 강구하겠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그는 『청와대의 취사 이용원 등 기능직공무원 피복비가 타부처보다 6배이상 높게 책정됐다』는 의원들의 지적에 대해 『대통령측근들은 내외빈에게 단정한 모습을 보여야 하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또 의원들의 과다한 공무원인력 축소요구에 대해서는 『재경원이 총괄기능을 하다보니 타기관 파견인력이 많다』며 일축했다. 같은 자리에서 李時潤감사원장은 『불필요한 인력 기구 예산집행 등이 경쟁력강화의 결정적 저해요인』이라며 특별감사계획을 밝혔지만 이를 새겨듣는 장관은 거의 없는 분위기였다. 「예산안 제출 후에도 국무회의심의와 대통령승인을 거쳐 수정예산안을 제출할 수 있다」는 예산회계법 조항(32조)도 韓부총리의 「버티기」앞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물론 물리적으로 전체 정부부처의 수정안을 만들 여유가 없을 수도 있다. 사정이 그렇다 해도 국민을 향해 「허리띠 졸라매기」를 요구하려면 정부부터 허울뿐이 아닌 내실있는 예산절감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 옳은 태도가 아닐까. 李 院 宰<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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