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당의 「입」도 깨끗해야지만 당수도 변화를

  • 입력 1996년 11월 17일 20시 18분


金泳三대통령은 국회의원시절 경력란의 앞부분에 항상 「야당대변인 2선」을 명기했다. 국민회의 金大中총재도 60년대 민중당과 50년대 민권수호연맹 대변인을 지낸 것을 자랑스럽게 얘기한다. 이들외에도 이른바 「당의 입」을 거친 많은 정치인들이 『내가 대변인 할때…』로 시작하는 「무용담」을 즐겨 꺼내 동료들로부터 질투 섞인 핀잔을 듣기도 한다. 그만큼 대변인직은 선망의 대상인 셈이다 ▼당내서열로만 치면 대변인은 10위권 안팎의 중하위 당직자에 불과하다. 한때는 재선 3선의원들이 임명되었으나 지금 국회의 4당대변인은 모두가 초선이다. 과거에 비해 다소 격(格)이 낮아졌지만 항상 당수 곁에서 그의 흉중(胸中)을 전달하며 국민과 당의 가교역을 한다는 비중 때문에 이 자리를 노리는 정치인이 많다. 대변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새삼스레 얘기할 필요도 없다 ▼엊그제 여야4당 대변인들이 모처럼 만나 「저질논평이나 인신공격을 삼가자」는데 합의했다고 한다. 이런 다짐을 곧이들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옛 대변인들은 재치넘치고 다양하며 유식한 언사(言辭)로 정치보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었지만 요즘 그런 대변인은 좀처럼 찾기 힘들다. 입만 열었다하면 「상대당 죽이기」고 원색적이며 치졸한 문장으로 남을 헐뜯기 바빠 정치수준을 낮춰놓은 것이 지금 대변인들 아닌가 ▼오로지 당수와 그의 입인 대변인만 있는 기묘한 정치현상이 계속되는 한 이들의 다짐 역시 일과성 공약(空約)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적어도 국회대책은 총무가,정책사항은 정책의장이, 그리고 총괄적인 당의 입장은 당수가 책임지고 밝힐 수 있는 체제부터 만드는 게 시급하다. 대변인자리를 선망의 대상으로 남기기 위해 대변인들 스스로 「깨끗한 입」을 다짐하는 것도 좋지만 당수들이 먼저 변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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